조준호(49) ㈜LG 부사장이 그룹의 차기 리더로 급부상했다.
조 부사장은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정일재 LG텔레콤 사장과 더불어 강유식 부회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LG가 역대 처음 그룹을 관장하는 최고 CEO 자리에 40대 부사장급을 배치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향후 그룹 내 역학 구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준호 부사장 전면에=LG그룹 인사는 당초 예상보다 승진 폭이 컸으며 계열사마다 고르게 안배했다. 특히 지난해 승진 폭이 적었던 LG전자가 많은 승진자를 배출했다. LG이노텍과 LG생활건강 등 상대적으로 작은 계열사에 각각 1개씩 전무 직급을 신설했다.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조준호 ㈜LG의 대표이사(CEO) 겸 최고운영책임자(CCO) 선임이다. 직급은 부사장 그대로지만 무게감이 다르다. ‘초고속’ 승진 발탁이라는 게 내부 평가다. 조 부사장은 구본무 회장, 강유식 부회장 아래 지주회사 LG의 실질적인 관리를 맡는다. 조 부사장의 급부상은 올 초 지주회사 경영총괄 담당 부사장으로 발탁되면서 예견됐다. 그룹 내부의 전폭적인 신뢰에 힘입어 사실상 차기 리더급으로 떠올랐다.
◇LG디스플레이는 소외=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의 승진 폭은 적었다. 겨우 전무 직급 1개 신설과 12명의 상무 승진에 그쳤다. ㈜LG 비서팀장이었던 인유성 부사장을 중국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한 중아지역 센터장으로 영입하면서 부사장급 보직을 하나 늘린 정도다. 사장 2명, 전무 10명을 포함해 총 48명을 승진시킨 LG전자, 전무 승진 3명 등 총 11명을 발탁한 LG화학과 대조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매출 16조원대로 LG전자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연 매출 2조원을 밑도는 LG이노텍에 전무 직급 1개를 신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색했다는 평가다. LG그룹 관계자는 “실적이나 규모 면에서 LG디스플레이가 주력이기는 하나 현 사업구조가 (LCD 패널 사업으로) 워낙 단순하지 않느냐”면서 “임원 승진을 외형만으로 따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력 사업에 전진배치=전무 승진자를 각사의 차기 주력 사업에 전진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LG이노텍의 류시관 LED 사업부장의 전무 승진과 LG화학 이형만 전자재료사업부장,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의 상무 발탁이 사례다. 남은 인사도 있다. LG화학이 내년 4월 산업재 사업부를 공식 분할할 ‘LG하우시스’의 대표를 선임하지 못했다. 현 한명호 부사장의 승진과 신임 사장 선임을 놓고 고민 중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