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위기 끝났다" 잠정 결론

정부가 지난 석달간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외환위기는 넘겼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국제 금융위기에서 전이된 실물경제의 침체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중되고 있지만 달러 부족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는 이제 사라졌고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같은 엄청난 돌발변수가 없는 한 재발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22일 "적어도 외화유동성 문제는 넘겼다. 국내외 여러 지표나 평가, 시장상황 등을 분석했을 때 위기는 지나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까지도 외환위기가 재연될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불과 한달전 외환시장과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해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은행과 기업들이 달러를 확보하느라 혈안이었던 상황은 종료됐으며 흐름상 앞으로도 달러 유동성 문제는 여유가 있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실제로 요즘 시중에는 달러화가 넘치면서 긴급한 달러 수요도 사라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각각 240억 달러와 100억 달러 등 총 340억 달러의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고 최근까지 300억 달러 가량이 시중에 풀렸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11월21일에 장중 기준 1,525.00원까지 올라선 이후 한 달여 만에 급락, 15.4%가 떨어졌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만기 5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도 지난 10월27일 699bp까지 치솟았다가 급락세로 전환, 현재 300bp 중반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CDS프리미엄은 신용파생거래의 수수료로 기업들의 파산 위험에 대한 보험료를 의미한다. 이 프리미엄이 낮아지면 그만큼 한국의 신용위험이 줄었다는 것을 뜻한다.

시중은행들도 최근 해외 은행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한도)을 확보하는 등 외화 차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외화자금 시장도 온기가 돌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8일 캐나다 몬트리올 은행 등 해외은행 4곳과 무역금융에 대한 협력 관계를 맺고 2억1천만 달러의 크레디트라인을 확보했고 농협도 12일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5천만 유로를 차입한 데 이어 미국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약 1억8천만 달러의 크레디트라인을 추가 확보했다.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되면서 향후 지속적으로 달러화가 유입될 것이라는 점도 희소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10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규모 흑자로 전환된 이후 매달 30억~40억 달러 수준의 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 부족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야한다"면서 "위기해소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외화유동성 문제는 끝났다고 본다"면서 "막대한 외환보유고와 한.미, 한.중.일 통화 스와프만 봐도 외화 유동성 위기는 물리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외국계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은행권의 외채 롤오버가 어려워 불확실성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국제수지 개선 조짐은 뚜렷하다"면서 "국제수지 불안의 원인인 외채 롤오버도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로 10월과 같은 대규모 외채 상환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