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방송통신은 전례를 찾기 힘든 ‘격동’의 한 해였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해체되고 사상 첫 융합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고 4년여를 끌어온 인터넷(IP)TV도 개국했다.
옛 하나로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 KT와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이 영업정지라는 강도높은 제재를 받기도 했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 유·무선 통신 그룹으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KT와 KTF는 최고경영자(CEO)가 불명예 퇴진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알리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출범 전부터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 방통위는 IPTV 입법화를 통한 새로운 방송통신 융합시장을 창출했고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 시행, 방송통신기본법 제정 추진 등 규제 완화 및 경쟁 활성화 정책을 무난하게 추진했다는 평가다.
방송통신 융합 산업의 새 지평을 열 유망주로 주목받는, 실시간 방송을 포함한 IPTV 상용화가 시작됐다. 지난 12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IPTV 상용 서비스 출범 기념식’이 열려 실시간 IPTV 시대로의 진입을 천명했다. 이로인해 우리나라 유료 방송시장은 IPTV와 케이블TV·위성방송의 본격적인 경쟁 시대로 돌입하게 됐다.
미디어 시장에서는 방송광고 사전심의가 지난 6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데 이어, 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도 위헌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새해부터는 민영미디어랩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확산될 전망이다.
모든 기업이나 신문·뉴스통신사가 지상파방송사 지분을 2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한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도 여·야는 물론 업계·시민단체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케이블방송 SO의 소유 규제 제한도 완화됐다. 소유제한이 전체 77개 권역 중 5분의 1(15개 권역)에서 3분의 1(최대 25개 권역)로 변경되면서 물밑에서 움직이던 SO간 인수합병(M&A) 논의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사실상 KT가 독점해 온 유선전화 시장의 독점 체제가 다자간 경쟁 체제로 전환됐다. 지난 10월말부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제도가 시행됐다.
초고속인터넷(ADSL)과 하나TV로 돌풍을 일으킨 하나로텔레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3월 SK텔레콤에 인수됐고 9월 ‘하나로텔레콤’이라는 옛 이름을 버리고 ‘SK브로드밴드’로 사명을 바꾸고 재탄생했다. 이런 가운데 KT와 KTF는 CEO가 중도하차는 등 홍역을 치렀다. KT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신임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SK텔레콤도 연말 정만원 전 SK네트웍스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올 한해 이동통신 시장은 휴대폰 보조금 규제 폐지 등으로 사상 최대의 마케팅 경쟁을 경험했다. 상반기 이통 3사의 마케팅비용이 총 매출의 2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결국 사업자들은 2분기 일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참사를 겪었다.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시장 안정 추세가 뚜렷했다. 사업자들이 경쟁을 자제하고 의무약정제도, 할부프로그램 등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번호 이동 수요가 급감했다.
유무선사업자 결합이 자리잡으면서 시장에 결합상품 대전이 본격 시작된 것도 시장의 주요 트렌드다.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 인수 이후 본격적으로 유통망 공동활용, 결합상품 출시 등이 이어지면서 KT·LG그룹과 정면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제도적으로는 그간 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주파수 회수 재배치 계획이 방향을 드러내면서 여러 논란이 일단락됐다. 방통위는 새해 주파수 경매제를 포함해 주파수 재배치 작업을 시작한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 탑재 의무화 해제 결정이 이뤄진 것도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승규·김원배·황지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