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2년 전 야심차게 출시했던 윈도 비스타가 새해에도 국내 대기업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전망이다. 게다가 내년 말에는 새 운용체계(OS)인 윈도7 출시가 예정돼 있어 윈도 비스타는 MS가 출시한 운용체계 제품 가운데에서 기업 시장에 안착되지 못하고 곧바로 다음 OS로 넘어가는 ‘불운의 OS’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삼성그룹은 새해 표준 OS를 ‘윈도 XP’로 유지키로 했다. 삼성그룹의 정보화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삼성SDS 측은 “윈도 비스타 대응 체계를 마쳤지만 시장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는 데다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윈도 XP를 그룹 표준 OS로 선정했다”며 “내년 말 새 OS인 윈도7이 출시되는 만큼 굳이 현 시점에서 윈도 비스타를 써야 할 이유가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의 경우 올해까지는 윈도 XP를 표준 OS로 사용했으며 내년에는 각 사별로 원하는 OS를 선택해 사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LG그룹의 IT자회사인 LG CNS는 윈도 비스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구축했으며 계열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지원한다. 그러나 최근 LG CNS 임직원 설문 조사 결과 윈도 비스타를 선호하는 비중이 20%에도 못 미쳐 앞으로도 윈도 XP가 주력 OS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여전히 윈도 비스타에 거리를 두는 이유는 지난 2001년 윈도 XP 출시 이후 대규모 기업 기간 시스템 구축이 이뤄져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따른 부담이 이전 OS 출시에 비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윈도 비스타에 대한 시장의 평가 역시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고 조만간 윈도7이 출시되는 만큼 굳이 윈도 비스타로 갈아 탈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 비스타 업그레이드에 대해 최근 들어 소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회사는 올해 중반만 해도 기업들을 대상으로 윈도 비스타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한국MS가 소극적인 입장으로 바뀐 이유는 내년 정식 출시하는 데스크톱 가상화 툴 때문이다. 데스크톱 가상화 툴을 이용하면 마치 2개의 운용체계를 하나의 PC에서 사용하는 듯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굳이 OS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가 없다.
한국MS의 장흥국 이사는 “윈도7은 윈도 비스타 코어와 거의 흡사해 윈도 비스타로 업그레이드한 기업은 큰 수고 없이 대응이 가능한 만큼 지금이라도 윈도 비스타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면서도 “ 업그레이드가 큰 부담이 된다면 데스크톱 가상화 솔루션을 적용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데스크톱 가상화 솔루션은 기업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이래저래 MS가 비판받는 모습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