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화 실탄을 넉넉하게 확보해 사실상 외화 유동성 위기을 벗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22일 “적어도 외화유동성 문제는 넘겼다. 국내외 여러 지표나 평가, 시장상황 등을 분석했을 때 위기는 지나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까지도 외환위기가 재연될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재정부의 평가는 최근 시중에 달러화가 넘치면서 긴급한 달러 수요도 사라지고 원달러 환율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각각 240억달러와 100억달러 등 총 340억달러의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고 최근까지 300억달러 가량이 시중에 풀렸다.
시중은행들도 최근 해외 은행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한도)을 확보하는 등 외화 차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외화자금 시장도 온기가 돌고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되면서 향후 지속적으로 달러화가 유입될 것이라는 점도 희소식이다. 경상수지는 7월부터 3개월간 적자가 나면서 외환시장 불안을 증폭시켰지만 10월에는 49억달러의 흑자를 본 것으로 11월말 발표되면서 환율 안정을 이끌었다. 정부는 흑자기조가 이어져 11∼12월에도 10억달러 이상씩의 흑자를 내다보고 있다.
외국계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은행권의 외채 롤오버(만기연장)가 어려워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국제수지 개선 조짐은 뚜렷하다”면서 “국제수지 불안의 원인인 외채 롤오버도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로 10월과 같은 대규모 외채 상환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아직 불안한 국제금융시장이 또 악화되어 외국인이 국내시장에서 무더기 자본회수에 들어갈 경우 등에 잘 대비한다면 외환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