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IT기업 생존전략 `영역파괴` 가속

 모비블루가 출시한 피부전용 크림 아렌스까라꼴, 에듀모아의 개발장면, 라온엔터테인먼트의 테런몰 제품들.
모비블루가 출시한 피부전용 크림 아렌스까라꼴, 에듀모아의 개발장면, 라온엔터테인먼트의 테런몰 제품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영역 파괴가 시작됐다.

 지역 중소 IT기업들이 주력 IT사업 분야만으로는 지금의 불황을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비IT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의 영역파괴가 넘치는 돈에 의한 ‘문어발식 확장’ 개념이었다면 요즘 중소 IT기업의 영역파괴는 ‘돈 되는’ 사업을 통해 현재의 경영 위기를 탈출하려는 경향이 짙다.

 MP3 플레이어 전문기업으로 잘 알려진 모비블루는 최근 IT 제품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했다. 주력사업 분야인 MP3P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오고 있는 이 업체는 최근 보습기능의 피부전용 크림(모델명 아렌스까라꼴)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새로운 사업분야에 대해 업체 측은 MP3P가 소비자에게 음악을 전달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이라면, 화장품도 소비자의 감성을 만족시켜주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철 이사는 “새로운 사업영역에 뛰어든 것은 회사의 수익 다변화를 위한 차원”이라며 “앞으로 주력사업 분야는 물론이고 신사업 분야 발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여년간 초등학생을 위한 e러닝 서비스만을 제공해온 에듀모아도 최근 오프라인 공부방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부방 사업을 위해 전국에 지사를 설립 중인 이 업체는 기존 온라인사업 영역에서 지난 2년 전부터 회원 수 및 수익 감소로 그동안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업체 관계자는 “오프라인 공부방은 이미 교육관련 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지만 에듀모아로서는 새로운 시도”라면서 “온라인에 있는 방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오프라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순수 게임제작업체가 쇼핑몰을 개설한 사례도 있다. 캐주얼 온라인 게임인 ‘테일즈런너’ 개발사인 라온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월 테일즈런너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 ‘테런몰’을 오픈했다. 당시 게임업체가 자사 게임의 캐릭터를 활용해 직접 쇼핑몰을 오픈하기는 처음이다.

 테런몰의 수익이 아직은 기대치에 못 미치지만 테일즈런너의 지속적인 인기에 따라 방문자 수와 판매가 점차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T기업이 전통산업분야의 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사업영역에 눈을 뜨는 경우도 있다.

 연성회로기판업체인 하이퍼플렉스는 최근 섬유전문기업인 영도벨벳과 공동으로 LCD 공정 중 액정 방향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배향막 형성 공정에 쓰이는 ‘러빙(rubbing)포’를 개발했다.

 영도벨벳이 벨벳기술을 기반으로 러빙포 원단을 개발했고, 하이퍼플렉스는 절단 및 검사기술을 접목했다. 옷감의 소재로만 사용돼 온 섬유가 IT 제품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하이퍼플렉스는 그 후에 섬유를 활용한 휴대폰용 안테나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소 IT기업들의 사업영역에 대한 외도는 기업 간 기술융합이든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이든 제품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동면에 들어간 것 같은 수익을 다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