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99%의 운과 1%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1% 속에 기술력 등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같이하는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이상구 인터메이저 사장은 와인이나 사업이 누구와 함께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확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와인을 마시지만 그가 기억하는 것은 하나하나의 맛이 아니라 어떤 사람과 마셨는지 하는 것이다.
“동반자가 제일 중요합니다. 저에게 와인은 그 자체보다는 함께한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술 마시는 것 일보다는 술자리에 참여하는 것이 좋지요. 와인은 취하는 술이라기보다 공유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좋습니다.”
이 사장은 잊지 못할 와인으로 이탈리아산 ‘티냐넬로’를 꼽았다. 와인을 처음 접할 때 마셨던 것이 바로 티냐넬로였다. 와인을 전혀 몰랐던 당시 티냐넬로를 처음 맛봤던 그는 유일하게 그 맛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것이 그에게 맞지 않았다면 그는 더 이상 와인을 마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는다.
“몇 년 전 ‘웹 2.0’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여겨질 때 시대를 읽을 줄 아는 기업은 발 빠르게 웹 2.0의 핵심인 ‘참여·개방·공유’ 정신을 사업 전반에 투영시켰습니다. 나 홀로 와인을 즐길 때와 달리 누군가와 와인을 함께하면 즐거움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요.”
이 사장은 지금을 ‘와인 2.0 시대’라고 표현했다. 비즈니스에 와인이 더해지면 맛과 향에 대한 의견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진심까지 공유하게 된다. 여기에 필요한 전제는 상대방과 와인에 대한 편견 없는 마음으로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마치, 참여와 개방, 공유로 대표되는 웹 2.0과 닮았다.
이 사장은 2년 전쯤 ‘신의 물방울’이라는 책을 보고 몇 질을 사서 회사에서 보게 했다. 처음에는 비즈니스에서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돌려 보기 시작하더니 사내 동호회들이 와인바에서 회식하는 일이 늘었다고 한다.
“얼마 전 송년회를 하는데 와인을 준비했지요. 여직원이 절반이 넘다 보니 독한 술보다는 와인의 인기가 높아요. 와인은 자연스레 이야기 꽃을 피우게 합니다.”
이 사장은 송년회에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칠레산 ‘비냐 마이포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Vina Maipo Reserva Cabernet Sauvignon)’을 권했다. 이 와인은 체리와 자두, 초콜릿, 오크향이 잘 조화된데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그는 어느 한 가지 특징이 두드러져 조화를 깨뜨리는 와인은 좋아하지 않는다.
“기업은 인재로 경영하고 인재와 더불어 성장합니다. 체계적인 조직 구성과 관리로 인재들이 희망을 갖고 조화를 이루며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이루는 데 노력하고 있어요.”
이 사장은 각종 모임으로 지친 연말이지만 “얼마 남지 않은 2008년은 가족과 함께 와인 한잔하며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