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심리 작전은 남의 스코어를 망가뜨리거나 내 스코어를 좋게 만드는 방편이 된다.
제일 많이 사용되는 심리 작전이 동반 플레이어의 마음속에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내리막 2m 퍼트가 남았을 때 점잖은 충고 한마디가 스리 퍼트를 부른다. “내리막이 심해, 조금만 세게 쳐도 3m는 굴러가겠어.” 이 말을 들은 동반 플레이어는 다 아는 이야긴데도 혼란에 빠진다. “맞아, 살살 쳐서 홀에 붙여야지.”
하지만 머리와 몸은 따로 논다. 근육은 적당한 강도로 치려고 하는데 머리는 살살 치라고 한다. 이런 경우는 볼 것도 없이 쓰리 펏이다.
같이 라운딩을 자주 하는 동반 플레이어 중의 한 사람과 나 둘 다 파 3홀에서 2m 내리막 버디 퍼트를 앞두고 있었다. 동반 플레이어가 파를 하면 니어 핀까지 먹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파를 저지해야 하는데 싱글 골퍼가 2m 거리에서 스리 퍼트를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약간 멀리 떨어져 먼저 퍼팅을 한 나는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고의적으로 약하게 쳐서 홀 앞 30㎝에 멈추게 한 다음, 혼잣말처럼 “생각보다 안 굴러….”
이 말을 들은 동반 플레이어는 내 수법을 뻔히 알면서도 너무 세게 치는 바람에 홀을 많이 지나쳐 스리 퍼트를 하고 말았다. 그 동반 플레이어는 라운딩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뻔히 알고 있는데도 그런 말을 들으면 퍼팅 강도에 의심이 드는 통에 실수를 했다”고 술회를 했다. 구력 20년의 싱글 핸디캡 골퍼도 빠지는 함정이 의심이다.
의심을 일으키는 또 다른 수법은 맞바람이 부는 경우에 잘 맞아떨어진다.
맞바람이 부는 130m 파 3홀에서 티샷을 준비하는 동반 플레이어에게 잔디를 뜯어서 휙 날리며 한마디 한다. “맞바람이 심하네, 8번 아이언으로는 어림도 없겠어. 7번을 잡아야 하나?”
8번 아이언을 뽑아 들고 준비를 하던 파트너는 헷갈리기 시작한다. 정말 맞바람이 많이 부는 것 같아 8번 아이언은 짧을 것 같기도 하고, 7번 아이언은 좀 긴 것 같기도 하고, 클럽을 바꿀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8번 아이언으로 치기로 결정한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헤드업이 되는 바람에 볼을 얇게 때리거나, 힘이 들어가서 뒤 땅을 친다.
이 예들을 반대로 응용하면 의외로 좋은 샷을 날릴 수 있다. 마음속에 의심이 들면, 어드레스를 풀고 굿 샷을 상상한 뒤 다시 어드레스를 하고 샷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 하면, 한 라운드에서 최소 서너 스트로크는 세이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