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전속 대리점들이 떨고 있다. 대기업 제조사가 고객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해 운영하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의 그물망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몸조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 전속 대리점들의 매출 향상과 방문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월 1∼2회 정도 미스터리 쇼퍼를 활용한 고객만족도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스터리 쇼퍼란 고객을 가장해 점포를 방문, 직원의 서비스나 사업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일종의 모니터 제도다. 제품을 설명하는 직원의 태도 등을 관찰한 후 결과와 개선사항 등을 정리해 보고하는 일종의 ‘고객만족 헌병대’라고 일컬어진다. 이들이 점검하는 항목은 적게는 20개부터 많게는 50가지가 넘는다. 직원 용모부터 환대·매장 안내·제품에 대한 전문지식·계산·배웅 등 고객 전 부문이 대상이다.
한 미스터리 쇼퍼는 “매장을 방문하면 직원들의 복장에서부터 인사는 제대로 하는지, 영수증을 두 손으로 주는지까지 꼼꼼히 살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한 이 제도가 전속 대리점 사장에게는 부담이다. 일본 전자전문 양판점에선 이 제도가 이미 보편화돼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감시당한다’고 생각하는 점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스터리 쇼퍼가 현장 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제조사들은 고객만족(CS)에 대한 월 평균 점수를 평가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CS 점수가 지난달보다 떨어진 전속 대리점은 영업장려금 성격의 ‘백마진’을 그만큼 적게 받는다.
가령 지난달 월 5억원 매출에 S(백마진 4%)등급을 받은 한 전속 대리점이 이 달 CS 평가에서 A(백마진 3%)등급을 받았다면 영업장려금은 1%가 줄어든 150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속 대리점 점주들은 고객 이외에 ‘또 다른 손님’을 모셔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영업 활동에 부담이 되지만 생존권이 달려 있어 어쩔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디지털프라자를 운영 중인 한 점주는 “미스터리 쇼퍼의 전수 조사에서 불만족스런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직원 교육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누가 몰래 와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몇 번 평가를 받다 보니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반면 제조사들은 미스터리 쇼퍼가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해 점포 운영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바로미터라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본사에서 평가한다는 인식으로 인해 직원과 점주들의 불만은 있을 수 있다”며 “고객만족이 높아지면 방문객이 늘고 매출도 증가하는 만큼 취지와 효과를 잘 이해시키고 지속적인 교육과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40년 미국에서 창안돼 1990년대 중반 국내에 도입된 미스터리 쇼퍼는 단지 자사의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쟁사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데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