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삼성전자 경영시계는 돈다

 삼성전자의 새해 경영 계획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영 계획이 모두 멈췄다는 소문에서 4분기 적자 설까지 겹치면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경영 시계’는 이건희 전 회장 최종 공판 이후에 맞춰져 있지만 밖에서 보는 불안한 시선과 달리 삼성 내부는 평온하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소문도 경기 한파와 맞물려 다소 과장돼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삼성전자 측은 “이건희 전 회장 최종 공판이 인사를 포함한 경영의 큰 변수 가운데 하나지만 삼성이 모든 사업 계획을 손 놓을 만큼 인프라가 허약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경영 계획 ‘올스톱’ 설 = 삼성은 예년과 달리 최종 경영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새해를 맞고 있지는 않다. 단 워낙 환율을 포함한 경제 변수를 추정하기가 어려워 ‘시나리오 경영’ 형태로 단기 상황을 예측해 수시로 경영 목표를 재수정하고 있다. 가령 환율이 요동치기 전 10∼11월 초 삼성은 1040원에 맞춰 1차 경영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환율이 끝없이 치솟으면서 초기 경영 계획이 무의미해졌고 당분간은 최고 1500원까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도 준비해왔다. 최근에는 환율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1250원대에 맞춰 수정 경영 계획을 짜고 있다.

 ◇4분기 ‘적자 설’ = 증권사 분석을 기반으로 4분기 영업 이익 적자 설이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만약 삼성전자가 4분기 첫 적자를 기록하면 2000년 분기 실적을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실제로 대다수 증권사가 분기 적자를 점찍고 있다. 덩달아 외국계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서는 4분기 적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며 소폭이지만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의 최대 관심은 오히려 4분기보다는 새해 첫 분기다. 새해 1분기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적자가 분명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오리무중’ 인사 시점 = 협력업체를 포함해서 안팎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현안이 인사와 조직 개편이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라진 12월 중순 설이 거의 정설이었다. 지금은 상황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이건희 전 회장 공판이 새해로 연기되면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삼성 측도 “최종 공판 전까지는 인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월 초와 월 말 두 번 공판을 여는데 원래 예상보다 공판 일정이 늦어지면서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삼성 안팎에서는 연내는커녕 예년보다 더욱 늦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즉 일러야 내달 1월 말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5월 조직 개편 이후 삼성이 줄곧 이야기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인사는 인사고, 사업은 사업”이라며 “지금까지 삼성이 인사 시점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