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텔레프레즌스-`눈도장`만 찍어도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상상을 현실로]텔레프레즌스-`눈도장`만 찍어도 `현장`에 있는 것처럼

 공상과학(SF) 영화인 ‘스타워즈’와 ‘스타트랙’의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3차원(3D) 영상 통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 SF급 상상에 그쳤던 모습이다.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이 같은 상상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2007년 10월 인도 벵갈루루에서 개최된 지사 출범식 및 비즈니스 아이디어 공모전 ‘시스코 I-Prize’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존 체임버스 회장과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고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있던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이끄는 마틴 드 비어 부사장의 실시간 ‘온스테이지 텔레프레즌스’ 영상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인물을 텔레프레즌스로 연결하고 3D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아쉬운 점은 완벽한 3D 영상이 아닌 투명 유리판에 3D처럼 느끼도록 구현했다는 점이지만, 유튜브에 소개된 영상을 봤던 많은 사람은 8000마일이나 떨어져 있던 두 사람 간의 대화 모습만으로 감탄사를 쏟아냈다.

 시스코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이 같은 기술 개발은 진행 중이다.

 완벽한 3D 영상통화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하지만, 패션쇼나 뮤지컬·홍보비디오 등에 홀로그램을 이용한 3D 영상이 심심찮게 사용되고 있는 점을 볼 때 아주 오랜 기다림을 갖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홀로그램을 통한 3D 영상은 아니지만, 이미 네트워크와 비디오 기술로 같은 방 안에 있는 듯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텔레프레즌스 시대는 시작됐다.

 ◇텔레프레즌스…‘현재하다’= 바야흐로 텔레프레즌스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2006년 시스코가 텔레프레즌스 룸의 데모 시스템을 소개한 이래 국내에서도 텔레프레즌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홈시어터와 같은 대규모 디스플레이가 가정의 홈어플라이언스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시작된 텔레프레즌스는 힘들게 지방 혹은 해외 출장을 다니며 낭비해야 했던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여줬다.

 특히 고선명(HD) 영상회의 시스템과 더불어 대화면의 디스플레이, 가구와 인테리어, 음향 시설, 문서 회의 등을 통합한 하나의 가상참여형 솔루션을 갖추고 있는 텔레프레즌스는 투자수익률(ROI)과 협업을 통한 기업의 생산성 제고에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포천’ 10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출장에 소모되는 시간은 연간 8주 정도며, 이를 근무시간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20억여원의 비용과 추가적인 기회비용의 손실을 초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스코는 중소 IT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텔레프레즌스가 변호사들의 출장을 대신함으로써 전체 소요기간이 과거 평균 수주에서 8일로 단축됐다고 설명한다.

 ◇시장확대, 경쟁은 시작됐다= 이 같은 효과에 힘입어 텔레프레즌스 시장은 매년 50%가 넘는 급성장을 유지해 왔다. 최근에는 고화질 음성·영상을 구현하는 HD급 영상 시스템이 선보이면서 HD급 텔레프레즌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도 속도가 붙었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의 예측에 따르면, 텔레프레즌스 세계 시장규모는 해마다 56%씩 증가해 2013년에는 12억달러 규모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DC도 2006년 매출 640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6900만달러로 증가했고, 2011년까지 10억달러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텔레프레즌스 솔루션은 2006년 HP에 의해 최초로 개발된 이후, 인터넷 시대의 최강자로 꼽히는 시스코가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아울러 기존 영상회의 시장을 주도했던 폴리콤과 탠드버그도 발빠른 대응 태세를 갖췄다.

 최근에는 영상회의 화질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면서 빠른 속도로 표준화질(SD)에서 HD 영상회의 장비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라이프사이즈를 선두 주자로 탠드버그, 소니, 폴리콤과 시스코 등이 HD급 텔레프레즌스 시장에 가세해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불어 경쟁에 의한 가격파괴 바람도 거세다.

 ◇대중화는 온다. 국내 시기는 ‘조금 더’= 글로벌 업체 간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 2∼3개, 지난해 10여개로 텔레프레즌스 도입사례는 미미하다.

 새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 운동을 마치고,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판적이다. 1세트당 평균 2억원인 고가의 텔레프레즌스 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시장을 형성하면서 영향력을 줄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술적으로도 HD 영상회의 시스템의 기술력, 다자간 회의 구현 기술력, 수십메가의 네트워크 통신 속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기존의 영상회의 업계 표준들과 호환이 되지 않는 부분도 걸림돌로 제시된다.

 하지만 전우진 폴리콤코리아 사장처럼 현장에서는 제품 가격·회선 비용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늦어질 수는 있지만, 텔레프레즌스가 확산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실제 이미 1Mbps도 안 되는 대역폭에서 HD급의 영상회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지고 있으며 가격 면에서도 이미 SD급 시스템에 근접한 가격대로 HD 영상회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호환성 측면에서도 이미 완벽한 영상회의 국제 표준 지원 및 기존 영상회의 체계와도 연동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텔레프레즌스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