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인해 위기에 빠졌다. 고유가 행진과 환율불안, 금리불안정까지 이어지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어려움은 새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며,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은 새해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를 혼란에 빠지게 했던 글로벌 금융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각국의 다각적인 금융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데다 잠재리스크도 적지 않아 금융불안이 조기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이러한 난국을 헤치고 새해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지난해 우리를 힘들게 했던 유가·금리·환율 안정화를 통해 예측가능한 경제운용을 펼쳐야 한다. 실제로 지난 연말 기업은행 기은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금리인하’와 ‘환율안정’ 등의 거시 정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하향 안정’=지난해 유가변동은 한마디로 ‘롤러코스터’로 표현할 수 있다. 유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산업계에 큰 혼란을 줬다. 지난해 7월 11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27달러를 기록했으며, 한때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한 석유수요 감소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석유값이 급락, 12월에는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5년 만에 다시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진 것으로 고점 대비 70% 이상 급락했다.
그러나 급등락을 겪었던 유가는 새해에는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마다 예상 수치는 다르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하향안정세로 요약된다.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2009 에너지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은행이 소비자와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계속 축소하면서, 세계 원유 수요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며 국제유가 급락을 예상했다. 보고서는 올 평균 국제유가를 배럴당 50달러로 예측하고 1분기에 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새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연평균 가격을 지난해 배럴당 100.40달러의 절반 수준인 51.17달러로 예상했다. 또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56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으며, 우리나라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새해 연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지난해보다 배럴당 35달러 안팎 하락한 6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점치는 등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금리 ‘상저하고’=올 상반기에는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완화와 경기하강에 따른 위험 확대 등으로 금리가 현 수준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유동성 지원 역시 금리 하향안정세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미국이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하고, EU와 일본 등 주요국도 금리인하 대열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향후 한국은행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제로금리의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금융불안 진정을 위한 자금공급 확대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내 자금시장 경색이 채권 및 자금수급 개선에 힘입어 단기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실물경기 부진 전망, 금융권 및 기업 구조조정 관련 불확실성 등이 여전해 자금경색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며, 자금시장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지연과 신용 이벤트 등으로 일시적인 금리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환율 하향 안정화=삼성경제연구소는 새해 원달러 환율이 경상수지 흑자 전환 등의 영향으로 평균 1040원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3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가 내년 1분기에는 21억달러의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예측의 근거다. 또 세계 금융불안이 점차 해소됨에 따라 국내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예상도 환율 하락 전망의 이유다. 다른 기관들도 대체적으로 하향안정화를 예상하고 있다.
환율 안정과 달러 유동성 해소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 문제가 해결되면서 내수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으로는 환율하락으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세계 경제침체로 인해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마저 약화될 수 있어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