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 침체로 번진 가운데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 선진국의 대응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 위상에 비춰볼 때 이들 국가의 움직임에 따라 세계 경제의 앞날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각종 정책을 쏟아냈던 각국은 올해 경제 위기 타파를 위해 관련 정책 집행에 모든 공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뉴딜로 위기 진화=오바마 정부는 작년 대통령 당선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듯 ‘1분이 아까울 정도’로 모든 힘을 경제 살리기에 쏟아 붓고 있다. 미국의 경제위기 대책은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개입으로 집약된다. 레이건 정부 이후 민간 시장에 대한 정부 간섭을 극도로 꺼려왔지만 불구경을 하기엔 상황이 너무 좋지 못하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시각이다. 오바마 경제팀은 고강도 경제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다. 새해 6000억달러를 투입하고 2010년에 4000억달러가량을 투입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 불능을 막기 위한 대책 등 중산층에 대한 지원 확대와 일자리 창출도 오마바 노믹스의 주요 관심사다.
◇일본, 잃어버린 10년의 교훈=버블 경제에 대한 폐해를 너무나도 잘 아는 일본은 ‘꺼지지 않는 경제’ 육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 대규모 공적자금을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중 핵심은 2조엔가량을 국민 1인당 1만2000엔씩 나눠줘 소비로 연결시키겠다는 구상. 이를 위해 23조엔(약 350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마련했고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금융기관 공적자금 투입 한도를 현행 2조엔에서 12조엔으로 확대하고 지방금융기관 등의 건전성 확보 등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해고 근로자가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는 일시 주거시설 확보 등 고용 및 생활대책 규모도 확대된다. 또 일본은 향후 3년간 고용대책을 중심으로 총 10조엔(약 160조원) 정도의 재정 지출을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8%를 사수하라=수년 새 부쩍 덩치가 커진 중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 신뢰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금융위기 확산 방지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최소화, 국제 금융체계 개혁 추진의 위기 극복안 3대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 올해 재정·통화정책의 적절한 완화를 통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8%를 사수하기 위한 ‘바오바(保8) 전략’이 본격적으로 집행된다. 특히, 내수확대를 통해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따라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민생개선’이라는 양대 내수확대 정책을 세워놓고 있다.
◇프랑스, 한발 빠른 대책=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신속한 움직임으로 단연 돋보였다. 지난해 브라운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2조달러의 구제금융 동의안에 합의한 사르코지 정부는 올해도 발빠른 위기 대처에 주력한다는 방침. 사르코지 대통령은 자동차 및 주택건설 분야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0억유로(약 37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특히, 프랑스 상원은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증대 대책인 사회연대세(RSA) 신설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에 많은 실탄을 공급한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