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많은 기업이 경비절감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악에 몰려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경비절감과 더불어 ‘위기를 기회로 승화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주문한다. 즉 추위에 움츠리는 것보다는 어깨를 펴고 적절한 투자를 유지하면서 미래를 겨냥한 성장동력의 불씨를 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은 주문은 개별 기업보다는 국가 정책을 책임지는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 해법보다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에 바탕을 둔 ‘혁신’적 발상으로 성장 비용 절감과 부가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솔로몬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비행기 이륙에 필요한 것은 뒷바람이 아니라 맞바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도 큰 그림에서는 성장을 최우선 가치에 두는 새해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경기 침체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먹을거리 창출의 필요조건인 기초기술·산업응용기술·산업프로세스 체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보다는 단기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4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R&D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희망을 메시지로 던져 준다. 원자재값 상승과 미국의 금융불안 등 악화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중소기업은 오히려 R&D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내부 혁신을 통해 외부 악재를 뛰어넘는 시도도 줄을 잇고 있다. 금융자동화기기업체 노틸러스효성은 지난해 회계·생산·원가관리 등으로 나뉘어 있던 업무 시스템을 통합 환경에서 관리할 수 있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오는 2012년 ‘글로벌 톱3’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진 프로세스를 도입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는 중국, 미국 현지법인의 업무 시스템 통합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혁신은 재도약의 지렛대다. 당장은 힘들지만 혁신을 통해 투자를 단행한 기업은 5년 뒤, 10년 뒤 달라진다. 혁신에 공을 들인만큼 새로운 시장 기회는 빨리 찾아오고 ‘기회의 머리채’를 잡아챌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지난해 우리는 기억하기조차 부담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3만달러, 4만달러 국민소득의 꿈을 일단 접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 구축,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명성 등 우리 자신도 놀랄 만한 많은 일을 해낸 저력이 있다.
산업계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곳곳에 혁신이라는 옷을 입힌다면 우리의 저력은 다시 깨어나 미래를 비출 것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혁신을 통해 잠재력을 일깨우며 우리 스스로 우리를 믿을 차례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