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최고의 참모는 ‘정보기술(IT)’이다. IT는 역사상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숨은 공신이다. 인터넷과 인물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IT 전략 덕분에 오바마는 ‘풀뿌리’ 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정치 신인인 그가 모은 선거자금은 6억달러(7000억원)였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200달러 이하 소액기부자(86달러)였다. 네티즌의 적극적인 기부 덕분에 오바마는 소액 기부금 모금액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대선 이전부터 오바마의 압도적인 당선이 예상됐다.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에서도 오바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오바마 진영에서 매일 갱신되는 소식지를 받아보는 사람은 9만1000명, 매케인 진영에서 받아보는 사람은 불과 2100명뿐이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도 두 후보의 방송채널이 마련돼 있는데, 현재까지 오바마 채널(www.youtube.com/barackobama)의 시청 횟수는 1660만여회, 매케인 채널(www.youtube.com/johnmccain)의 시청 횟수는 160만여회로 집계됐다.
오바마는 인터넷으로 자신을 알릴 뿐만 아니라, 지지자 데이터베이스(DB)도 모았다. 이 DB에 기초한 철저한 ‘마이크로 선거 운동’을 벌였다. 유권자의 개별 성향을 파악해 선거 자금을 효과적으로 모으는가 하면, 지지에 대한 개별 메일도 보냈다. 2만3000명으로 추정되는 오바마 캠프의 자원봉사자는 선거 전날까지 투표를 독려하는 전화를 돌렸는데, 존 매케인 지지자에게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 캠프 중앙에서 보내준 상세한 DB 정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바마 캠페인 전략을 두고 ‘롱테일 정치(longtail politics)’ ‘위키 정치(Wiki politics)’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마셜 간츠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리더십이 무엇인지, 또 테크놀로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인수위의 첫 작업은 홈페이지 개통이었다. 오바마는 공식 인수위 사이트(www.change.gov)를 만들고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e메일로 직접 모으고 있다. 취임 직전인 내년 1월 20일까지 75일간 운영된다. 존 포데스타 인수위 위원장은 “인수위의 업무는 시민이 토론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면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웹에서 토론하면서 더욱 나은 의견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 보건부 장관으로 내정된 톰 대슐은 “인터넷 사이트를 거쳐 들어온 의료개혁 관련 시민 의견이 5165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취임 후 과제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약 55만명이 참여했다. 오바마의 선거운동을 총괄했던 데이비드 플루프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55만명이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등 반응이 대단했다”며 “이것이 바로 미국의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풀뿌리운동”이라고 자평했다.
이제 관심은 오바마 당선인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내각에 둘 국가 CTO(Chief Technology Officer)다. CTO는 국가 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책 과정에서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이러한 행보는 고부가가치는 바로 기술 혁신에서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미국 혁신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기술형 대통령(tech president)’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부풀어 있다. 오바마는 이제 선거 운동의 최고 참모였던 ‘IT’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미국의 구원투수로 활용하기 위해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