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대화하는 똑똑한 기계를 찾으십니까?’
음성인식기술 구현력이 향상되면서 채용 제품도 과거에 비해 부쩍 늘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휴대폰, 어학강좌, 로봇, 오디오북, 보이스리코더 등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제품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음성인식은 사람의 음성신호를 컴퓨터가 인지하는 것이다. 음성에 담긴 특징 패러미터를 추출, 기계와 사람 간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는 핵심기술이다. 음성인식에 관한 연구는 40여년 전 시작됐다. 하지만 과거에는 보급이 지지부진했다. 왜일까. 음성인식의 핵심은 기계가 얼마나 사람 말을 정확하게 인지하는지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는 인식률이 낮아 적용제품에 오류가 많았고, 사용자도 불편함을 느끼면서 보급이 더뎠다. 인식률을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기술발전으로 대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인기 준중형차인 ‘포르테’에는 음성인식 DMB 내비게이션이 탑재됐다. 사용편의는 물론이고 안전까지 고려한 첨단 멀티미디어 시스템이다. 6.5인치 빌트인 타입 DMB 내비게이션에 블루투스 음성인식 기능을 추가, 음성명령으로 쉽게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파인디지털의 내비게이션 ‘파인드라이브 바이오’는 2G 패키지 기준 49만9000원이라는 고가 제품임에도 불구, 인기상품이다. 여기에는 음성인식 기능이 한몫했다. 45만개의 어휘를 인식할 수 있으며, 음성인식 성공률도 90%에 근접한다. 전국 모든 지역을 음성으로 검색 가능하다. 파인디지털 관계자는 “파인드라이브 바이오가 지난 7월 출시 후 2만대나 팔렸다”면서 “터치는 운전 시 위험하지만, 음성인식은 안전해 앞으로 나올 제품에 채용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철사이버 어학강좌는 교육 분야에서 음성인식 기능을 활발히 적용한 예다. 2001년 도입했으며, 음성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회사 내 IT 개발 엔지니어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엔진에 사전기능을 추가한 응용프로그램을 접목하면서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 도달하게 됐다. 현재 영어·일어 10여 강좌에 적용되고 있다. 한승엽 정철사이버 IT개발실장은 “인식률이 높아지면서 사용자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다른 콘텐츠에 비해 음성인식이 적용된 강좌가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씨앤에스마이크로는 건설사에 홈네트워크용 음성인식 모듈을 공급했다. 이 제품은 아파트에 설치, 가정 내 기본적인 시스템을 음성으로 조정한다. 집 안에서 사용하는 수백 종류의 음성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다.
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네트워크 기반 감성표현 로봇 ‘포미’도 음성인식 기술을 내장했다. 지능형 로봇 최초로 스피커를 이용한 촉각적 감성표현 장치가 달려 있으며, 사용자 호출용 음성인식 기능이 들어 있어 청각적 감정표현이 가능하다.
에스이의 ‘북얼라이브’는 대화형 디지털 오디오북이다.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저자의 영상을 책으로 읽어주며 독자와 대화도 한다. 독자가 책을 읽는 도중 궁금한 내용을 음성으로 물어보면 질문에 답한다.
소니코리아의 디지털 보이스 리코더 ‘ICD-SX 시리즈’는 소리가 없을 때는 녹음이 일시 중지되고 소리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녹음을 시작하는 음성인식 기능을 구현했다.
LG전자와 LG텔레콤은 음성인식 기능이 담긴 휴대폰 2000대를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른바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휴대폰2(LG-LB2900S)’은 시각장애인의 요구가 컸던 텍스트 뷰어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휴대폰에 저장된 일반 텍스트 파일까지도 TTS(Text to Speech) 기능을 이용해 음성으로 읽어준다. 음성으로 전화를 걸거나 메뉴를 검색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능도 있으며, 문자메시지를 읽어주는 음성변환 기능도 들어가 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