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부처 업무보고, 속도·실효에 무게

MB식 부처 업무보고, 속도·실효에 무게

 청와대 부처 업무보고 스타일이 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무보고 후 간단하게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주요 주제를 구분해 토론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위기 때는 모든 일에 비상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 의지에 따라 업무보고 형식과 내용도 위기형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업무보고 핵심메시지는 경제위기 극복에 공직자가 선두에 서야 한다”는 것이며, “형식은 ‘속도전’, 내용은 ‘실효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에는 “집행하라”=정부부처 청와대 업무보고는 매해 연초에 시작해 3월 말까지 이어졌다. 정부부처는 12월에 준비를 하고, 새해 연휴가 끝나고 업무보고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청와대는 이를 12월 중순으로 당겼고, 끝나는 날도 연말로 했다. 서두르다보니 문제도 생겼다. 1급 고위직공무원이 사표를 쓴 교과부 등 정부부처는 업무보고 준비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교과부 1차관 사표로 차관이 없는 가운데 업무보고가 이뤄지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내년 새해부터는 집행과 점검에 나서라’ 대통령 발언 이후 연말 공직사회에 때 아닌 ‘속도전’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생소한 합동 업무보고=3∼4개 부처가 하나로 묶어서 보고하는 ‘옴니버스형’ 부처 업무보고가 생겼다. 거시 경제부처, 실물 경제부처 등으로 나눠 부처간 합동보고가 이뤄졌다.

 이 대통령이 “목표를 달성하고 예산 낭비를 없애려면 부처가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이뤄진 보고였다. 대통령 방침이 전해지자, 부처 장관과 실무자들은 자료작성과 예행연습을 매달렸다. 특히 앞서 보고받은 부처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긴급하게 준비한 자료를 수정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부처간 토론 내용 조율에는 많은 시간이 소비됐다. 반대의견도 많았다.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를 통합하다보니, 해당부처 업무에 대한 이해폭이 작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먼저 나왔다. 소위 ‘힘센’ 부처와 함께하는 작은 부처들은 제대로 보고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다. 1급 공무원 줄사퇴 등으로 흉흉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자료 검토를 하기가 어려웠다는 소문도 들린다.

 ◇토론은 어려워=이 대통령 요구에 따라 업무보고에는 ‘토론 과목’이 생겨났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때마다 “오늘 정책 담당자들이 제안이나 건의를 많이 해달라”, “실질적인 토론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반복했다. 장관 업무보고를 15분으로 제한하는 대신 국, 실장, 과장 발언을 늘렸다.

 하지만 토론은 쉽지 않았다. ‘상명하복’ 업무 스타일에 익숙한 공무원 조직에서 활발한 토론은 어려웠다. ‘실질적’ 토론 보다는 부처에서 미리 짜온 각본에 따라 토론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5번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대통령이) 20회 이상 사용한 단어는 ‘위기’ ‘협력’ ‘효율’ ‘일자리’였다”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행의 첫 단추는 22개 부처의 화학적 결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총평했다.

 한편,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대통령 신년연설은 새해 2일 날 오전 10시에 집무실에서 생방송으로 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말했다. 신년 연설에는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가 이걸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가, 그를 위한 정부로서의 정책방향 그리고 국민적 단합과 의지, 우리 경제 각 주체들의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김상룡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