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만나는 게 싫어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6일 겨울비가 흩뿌리던 동인천 신포시장에서 만난 악기전문 인터넷쇼핑몰 스쿨뮤직의 안정모 대표(41)가 기자에게 던진 첫 마디다.
인터넷 전문몰로는 드물게 한 해 100억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대표가 사람 만나는 게 싫다니 의외였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짐작하는 것은 편견이지만, 그는 ‘소심한 A형’ 남자다. 180㎝가 넘는 훤칠환 키에 호남형인 그가 나서기를 좋아할 법도 한 데 낯을 심하게 가린단다. 그래서일까. 쇼핑몰 사업이전에는 실패가 계속됐다. 1987년에 MBC강변가요제에서 그룹 ‘티삼스’로 동상을 수상한 이후 특기를 살려 음악학원을 열어 돈을 좀 벌었다. 이후 1997년에는 ‘확 프로덕션’이라는 음반제작사를 설립했지만, MP3 보급으로 음반시장이 위축돼 사업을 접었다. 고심 끝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인터넷쇼핑몰. 그는 인터넷이 자신과 같은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에게는 ‘기회’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인터넷쇼핑몰 사업 노하우에 대해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그저 인터넷으로 고객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소심하다는 약점은 세심하다는 강점으로 변했다. 이른바 ‘디테일을 살린다’는 전략이 빛을 발한 것. 고객이 게시판에 문의를 하면 반드시 세 시간 이내에 답하고 이메일을 받으면 24시간안에 답메일을 보낸다. 사업 초기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극히 적을 때도 끊임없이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했다. 상품 이미지를 볼 수만 있고 만져볼 수는 없다는 인터넷쇼핑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청각’을 입혔다. 개별 악기 이미지에 그 악기의 소리를 녹음한 파일도 함께 첨부한 것. 고객들이 팝업광고를 싫어한다는 점에 착안해 팝업광고도 띄우지 않는다. 사업초기에는 이승환, 양희은 등 유명가수나 마니아들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이같은 노력으로 최근에는 악기를 처음 접하는 초보들도 스쿨뮤직을 찾는다.
악기 집합상가인 종로 낙원상가가 아니라 용산 아이파크에 오프라인 매장을 낸 것도 고객서비스 차원이다. 안 대표는 “영세한 업체 입장에서 임대료가 높아 ROI(투자대비효과)가 분명치 않은 대형 백화점에 악기 매장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악기를 바로 구매하지 않더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악기를 만져볼 수 있길 바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때 소위 ‘대박’을 꿈꾸며 인터넷쇼핑몰을 창업했다가, 사업을 포기한 이들이 늘고 있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로 성공하려면 절대 돈이 전부라는 생각으로 덤벼서는 안 된다”며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항상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신포시장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