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475일만에 해결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475일만에 해결

 대표적인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이던 코스콤이 475일 만에 비정규직 문제에 종지부를 찍고 금융 IT서비스 사업에 매진하는 기회를 열게 됐다.

 29일 김광현 코스콤 사장은 농성 중인 비정규 노동자 76명 가운데 65명을 직접 고용하는 것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1년 5개월 동안 끈질기게 벌여온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장기간 천막농성과 사장실 점거, 고공시위, 단식농성이라는 투쟁에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 코스콤은 또 농성 중인 근로자 가운데 직접 고용되는 사람을 제외한 11명에 대해서는 채용이 이뤄지도록 노조와 실무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코스콤은 증권전산 시스템을 관리하는 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로 그간 이 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도급회사 소속으로 코스콤에 파견돼 증권망 개발과 유지보수 업무를 맡아 왔다. 이들은 코스콤이 지난해 4월 도급계약을 해지하자 470여일 동안 여의도 증권거래소 등에서 파업농성을 벌여왔다.

 이후 서울 남부지법은 지난 7월 코스콤이 이들 65명의 근로조건 전반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양자 간의 직접고용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결한 바 있으나 회사 측은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최근 김광현 사장이 취임하며 65명의 정규직 전환을 인정하고 11명의 추가 채용이 이뤄지도록 노조와 실무협의를 이어간다는 조건으로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김광현 사장은 “어려운 과정에서도 믿고 도와준 관계자들에 감사한다”며 “노사관계는 투쟁과 대립이 아닌 상생과 동반자 관계가 돼야 하며 법치주의에 입각해서 문제를 해야한다는 것이 평소의 소신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노사문제 해결로 코스콤이 세계적인 IT서비스 기업으로 성장시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한편 이번 노사 합의는 우리 사회의 큰 이슈 중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노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우선 이번 합의가 조직 슬림화와 효율성 제고를 추구해온 코스콤의 경영 목표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코스콤은 조직과 인력이 비대하다는 비판을 의식해 수년 간 임금과 인력을 억제하는 긴축경영을 해왔다. 또 이번에 별도직군으로 편입되는 인력을 기존 조직에 융합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년 5개월 동안 정규직 전환 투쟁을 벌여오면서 회사 측과 정규직 노조에 비난 공세를 벌였기 때문에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 이를 해소하는 것도 회사 측의 몫이 될 전망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