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위기는 반드시 ‘구조조정’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증시의 역사는 말한다. 그래서 새해를 앞둔 지금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외환위기 이후 다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금융회사들이 신속하게 구조조정됐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추가적인 부실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호조 시기에 과잉·중복투자를 실행한 일부 제조업들은 몸집 줄이기와 산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 내년 실물부문의 구조조정은 과거 외환위기 때와 어떻게 다른가, 구조조정의 반사이익은 어떤 종목들이 누릴 수 있을까.
◇특정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에 집중=글로벌 경기후퇴로 인한 구조조정을 한국 역시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내년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직후와는 상이할 전망이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를 통해 구조조정의 경험을 쌓았고, 그전에 비해 몸집이 굉장히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의 전방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산업내, 산업간 거품 축소에 주력할 의도를 내비쳤다. 즉 외환위기 때처럼 산업전반에 걸친 규모축소(downsize)가 아닌 과잉투자로 경쟁력이 훼손된 산업, 한계 중소형기업에 집중한다는 것.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있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구조조정 계획이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한계기업의 퇴출과 동시에 회생가능한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목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의 영향력도 외환위기 때보다 제한적일 전망이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가능했던 것은 국내 기업들이 높은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은 상당히 개선되었고, 정부 주도의 일방적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과잉·중복투자가 진행된 조선, 건설, 석유화학 부문 등에서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데 힘을 싣고 있다. 김재홍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후퇴에 따른 물동량 축소로 중소형 조선사들의 수주가 빠르게 수축되면서 어려움에 노출되고 있다”며 “또 정부가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건설사들의 구조조정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이후 대형주 잔치예상, 외환위기 때와 비슷할 듯=증시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업종 주도주들이 구조조정의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위기의 구조조정 이후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높은 자산가치, 뛰어난 제품 경쟁력과 신성장동력을 확보한 대형주가 수혜의 잔치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삼성전자주는 최근 교보·한국· 현대·한화·KB·동양 등 6개 증권사들로부터 유망종목으로 추천되는 기염을 토했다. 초우량 글로벌 대표기업으로 업계 구조조정 이후 수혜를 누릴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김철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업종 주도주들은 글로벌 경제침체에 따른 수요 급락의 여파로 경쟁사들이 도태된 후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경기침체 속에서도 몇몇 업종 주도주들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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