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부터 KT의 메가TV가 실시간 방송을 포함해 IPTV상용화를 시작했다. SK브로드밴드, LG텔레콤이 새해부터 실시간 방송을 시작한다.
이처럼 IPTV쇼핑이 새로운 쇼핑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홈쇼핑업계는 아직 새해 사업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홈쇼핑업계는 메가TV의 거래실적이 아직 미미한 데다 실시간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IPTV유료 서비스 가입자수가 기대만큼 증가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유료 가입자수가 늘더라도 기존 케이블 시청자들이 IPTV로 유입되는 ‘제로섬’형태로 형성될 것으로 보여 ROI(투자대비효과)를 맞출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아직 유인효과 없다”=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업계가 올해 전자카탈로그, VoD(주문형 비디오), 실시간 방송 등 IPTV에서 벌인 사업으로 올린 총 거래액은 2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J홈쇼핑 관계자는 “IPTV를 통해 발생하는 홈쇼핑 매출은 지극히 미미한 상태다”고 말했다.
KT측이 지난달 17일 실시간 방송서비스인 ‘메가TV 라이브’ 상용화 이후 한달만에 4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홈쇼핑업계는 실시간 방송으로 인한 유인 효과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방송 서비스 가입자수도 적고 수만명의 가입자 중 홈쇼핑을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며 “아직은 발생하는 매출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윈윈이냐 제로섬 게임이냐=홈쇼핑업계가 실시간 방송 가입자수를 주시하는 이유는 VoD(주문형 비디오)형태로 홈쇼핑 방송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시청자들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VoD 홈쇼핑 콘텐츠는 단순 광고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다.
문제는 유료 IPTV 시청자수 증가가 매출로 직결될 수 있을지도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체 시장규모가 정체된 상황에서 결국 기존 유료방송의 대명사인 케이블 TV 가입자들이 IPTV로 옮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 GS홈쇼핑 관계자는 “케이블 TV를 보던 이들이 빠져나와 IPTV로 이동하는 경우 홈쇼핑 입장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홈쇼핑 방송을 하는 것보다 ROI(투자대비효과)를 고려할 때 오히려 케이블TV를 통한 단일플랫폼 방송이 낫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기존에 케이블TV업계와 긴밀히 관계를 맺는 상황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IPTV 사업을 무작정 확대하는 모양새도 취할 수 없다는 고민도 나온다.
◇채널 편성도 문제=홈쇼핑 매출은 시청자들이 지상파 광고시간 등 시청 중간에 채널을 돌리는 이른바 ‘리모컨 재핑 타임’에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편성정책으로는 이같은 재핑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메가TV’의 경우 케이블 TV처럼 지상파 채널과 채널 사이에 홈쇼핑이 배치된 게 아니라 채널을 범주화해 분리해 놓았다. 지상파 채널은 6·7·9·11·13번이며 홈쇼핑은 14∼18번에 위치했다.
여타 쇼핑 콘텐츠와의 경쟁도 고민이다. 이미 VoD방식으로 하나TV의 ‘하나쇼핑’과 메가TV의 ‘메가TV쇼핑’이 입점했고 카탈로그 형태로 애경백화점, 삼성몰이 진입했다. 앞으로도 대형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IPTV 진출 러시가 이어지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은 뻔하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과 달리 IPTV에서는 리모컨 재핑효과 등 아날로그 채널에서 얻는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며 “특히 향후 IPTV가 보다 활성화돼 쇼핑관련 채널수가 늘어난 경우 홈쇼핑은 수많은 채널 중 하나로 전락하리라는 우려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진욱기자 coo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