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최근 지자체가 개발한 정보시스템 3종을 표준화해 도입을 희망하는 시도 및 시·군·구를 대상으로 무료로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 양주시에서 사용 중인 우편 업무 시스템인 ‘우편모아’, 세무정보를 개인에게 제공하는 ‘맞춤형 세무정보(광주 북구)’ 등이 선정됐다. 행안부는 이에 앞서 그동안 별도의 비용을 지급해왔던 정보시스템 구축 틀인 프레임워크와 공통 모듈도 표준화해 보급하기로 했다.
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SW)기업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정부다.
정부부처 프로젝트의 지식재산권은 정부에 귀속된다는 법령을 바탕으로 생산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SW 제품을 무차별로 타 부처로 보급, 이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MB정부의 핵심 과제로 정부 비용절감이 부상하면서 이처럼 한 부처에서 개발한 후 무료로 타 부처로 배포하는 움직임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관세청은 최근 전자통관시스템인 ‘유니패스’를 패키지로 재개발한 후 동남아나 동유럽, 남미 등으로 수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아예 SW 수출에도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정부 시책에 따라 국내 패키지 SW 기업과 IT서비스 기업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행안부가 이미 개발·보급사업으로 전환한 자료관 사업은 제품 인증을 획득한 16개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부도가 나거나 사업을 접었으며, 업무성과관리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에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합해 부처에 보급하는 온나라시스템 고도화 사업으로 인해 전자문서시스템 기업도 초토화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학계와 업계에서는 정부의 개발 후 무상 배포 정책이 SW산업 존립 근간을 흔들뿐 아니라 효율적이지도 못하다고 주장했다.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SW 비용은 구매뿐 아니라 유지보수, 개선 비용까지 포함되고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기 위해서는 9배가 더 들게 된다”며 “정부가 확보한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비용과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T서비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은행은 자신이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지식재산권은 사업수행자에게 부여한다”며 “지식재산권을 발주자만 보유하는 법 자체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쪽에서는 SW나 IT서비스 산업이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동력이라고 선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존립 기반을 없애는 모순된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 우리 SW 산업의 현주소다.
한편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 부처의 패키지 SW 구매 예산은 지난 2006년 2500억원을 정점으로 해마다 급감, 새해에는 전년 대비 9.6% 감소한 148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불과 3년 새 1000억원 이상의 공공 시장이 사라진 셈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지재권 귀속 법령 들어 무상 배포···업계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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