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성장 잠재력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IT 부문의 투자가 크게 위축, 관련 IT중소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29일 한국은행과 연구기관에 따르면 새해 기업의 설비투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올해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설비투자를 이끌어온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분야의 감소폭이 커 기업의 투자 촉진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내놓은 새해 경제전망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환란 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이 -0.2%, 새해에는 연간 -3.8%로 예상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것은 환란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또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0.8%, 새해에는 -5.0%, 한국금융연구원은 올 0%에서 새해에는 -1.5%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1월 초 전망에서 설비투자가 올해 2.1%, 새해에 1.9% 각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를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설비투자 위축은 전체 투자의 27%가량을 차지하는 IT 부문이 크게 위축되는 데서 기인했다. 이달 초 산업은행이 국내 36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새해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투자액이 91조7000억원으로 올해 계획치인 98조3000억원에 비해 6.8%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IT 분야의 투자감소가 두드러져 반도체 26.8%, 컴퓨터 21.9%, 영상음향기기 18.9% 등 총 19.5%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증시전문가들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 분야의 투자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반종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올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8조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했지만 새해에는 5조원가량 신규투자가 예상되는데 이마저도 높은 수준”이라며 하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마찬가지다. 우준식 동양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모두 합쳐 8세대 시설 투자 등에 7조5000억원을 집행했는데 최근 신규 설비투자도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많다”며 “새해 시설투자 규모는 절반에 못 미치는 3조원가량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등은 새해 사업계획을 짜지 못한 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주요 거래처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새해 사업계획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장비업체들은 새해 사업계획을 올해 예산 대비 40% 수준으로 책정해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이지만 원청업체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