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OC와 R&D 투자의 경중

 정부가 논란 속에 29일 안동과 나주에서 4대강 사업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국민의 관심도 크고 높다.

 2012년까지 총 13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이 프로젝트는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및 개선을 통한 건설 경기 회복에 첫 번째 목적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 그 타개책으로 SOC에 우선 주목하는 것은 오랜 공식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선, ‘그렇게 해서라도 경기만 좋아질 수 있다면…’ 하는 내심 기대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이 기대나 좌절에 매달려 있을 때도 중심을 잡고 정책의 선후와 경중을 엄정히 따지고 일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정부를 믿고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처럼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줄 신명이 난다. 지금 정부가 고집하는 SOC 투자보다는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및 실효성 있는 집행이 경기활성화에 더욱 직접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란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OC는 구조상 정부의 손에서 예산이 풀리더라도 토목, 시공, 감리 등 층층이 연결된 하도급 구조에 따라 자금 흐름이 밑단의 중소기업, 사업자 등 민간 영역에 곧바로 전달되기에 한계가 많고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R&D사업은 정부와 관련 기업·연구소·대학교 간 프로젝트 수주만 끝나면 곧바로 자금이 집행되는 구조다. 자금 순환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효과에서도 ‘4대강 사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1년 R&D 예산 절대규모는 미국의 12분의 1, 일본의 5.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부가 새해부터 R&D 씀씀이를 중소기업 지향형으로 바꿔 실행한다고 하니, 더 큰 경제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R&D는 산업이라는 ‘재목’을 경쟁력 있게 키우기 위해 ‘묘목’을 심고 가꾸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왜 자꾸만 ‘나무 공원’ 조성에만 열을 올리는지 모를 일이다.

  이진호기자<신성장산업부>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