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민간기업의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공기관이 선제 투자에 나선다.
한국전력·한국도로공사 등 25개 주요 공공기관은 올해보다 9조원 늘어난 57조원을 새해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9개 금융 공기업도 80조원가량 늘어난 366조원을 투입한다. 공공기관의 투자 확대는 경제를 조기에 활성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위기 조성과 아울러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촉진제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25개 SOC·에너지 관련 공공기관과 9개 금융공기업 등 34개 기관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년도 업무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주요 공공기관이 합동으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34개 공공기관의 투자 규모는 전체 공공기관의 71% 수준이다.
업무계획에 따르면 금융 공기업을 제외한 25개 주요 공공기관의 내년도 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18.5% 증가한 57조1000억원이다.
분야별로는 SOC 투자가 34조4000억원에서 새해 40조4000억원으로 늘어나고 에너지 투자는 12조1000억원에서 14조7000억원으로 증가한다. 농업·문화 등 기타 투자는 1조7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된다. 기관별로는 대한주택공사가 158조112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토지공사(126조996억원), 한국철도시설공단(60조987억원), 한국전력(47조212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들 25개 공공기관은 상반기 자금 집행률을 올해보다 7%포인트 높은 61%로 잡았다.
또 이날 보고에서 9개 금융 공기업은 대출지원을 25조원 확대하고 보증 및 수출보험 지원을 55조원 증액하기로 했다. 기관별로는 산은이 27조원에서 32조원, 기은은 27조원에서 36조원, 신보는 보증규모를 30조원에서 42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가장 개혁을 해야 할 곳이 공공기관”이라면서, “공공기관의 경영원가 부담을 국민에게 전부 전가해서는 곤란하며 공공요금을 더 받기 전에 경영합리화가 전제가 돼야 한다”며 투자에 앞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