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표준원이 KS규격부터 먼저 적용하려 했던 노트북PC 전원 어댑터 표준화 전략에서 국제표준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표준원은 외산 PC 업체들이 무역장벽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국제표준부터 먼저 추진하기로 하고 IEC에 표준 작업을 주관할 위원회를 부여받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IEC·IEEE 등 국제 표준을 확정짓는 데는 최단 3년이 걸린다.
KS규격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이를 지키지 않게 되면 공공조달 시장에서 입찰이 금지되는 등 현실적인 타격이 있다.
기표원이 방향을 선회한 것은 무엇보다 외산 PC 업체의 반대가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보호무역’이라는 뜻밖의 대응 카드를 꺼내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송양회 과장은 “미국 상무관 등에서 KS규격이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알려왔다”며 “국제 표준을 제안하면 표준화 작업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해 압박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한 외산 PC 업체 임원은 “본사 쪽에서 보면 한국에서 팔리는 노트북PC가 전체 판매량 중 1%가 안 되는데 한국 시장을 위해 따로 KS규격을 맞춘 제품을 만들어 줄 수 없는 노릇”이라며 “외산 PC 업계는 기표원의 표준화 작업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국내 PC 제조사 관계자는 “표준화 논의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외산 업체들이 네 번째 공청회부터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며 “당초 의욕이 앞서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일을 추진한 기표원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표준원은 올 초부터 세계 최초로 노트북PC 어댑터 표준을 만들어 2009년 국내에서 먼저 적용하고, 이를 휴대폰 24핀 어댑터처럼 세계 범용 규격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기술표준원은 현행 DC 12V·15V·16V·18V·19V 등 5종류 이상의 정격 전압을 19±1V로 통일하고 15인치 이하 제품의 정격 전력은 60W로, 17인치 이상은 90W·120W·150W로 규격화하는 초안을 만들었다. 어댑터 접속단자의 모양은 지름 2.5㎜·5.5㎜, 길이 9.5㎜로 통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까지 LG전자가 이 규격대로 전체 노트북PC의 30% 정도를 생산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새해부터 이 규격에 맞춘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표준화 작업 초기 업체 간 자사의 규격을 표준으로 요구하고, 기술적인 문제가 지적되는 등 난항을 겪었지만, 1년여 현장 테스트를 끝내고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는 합의를 이룬 상태다.
차윤주기자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