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극복의 제1 과제인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정보기술(IT)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적인 수요 축소에도 불구하고 △재고 물량 조절 △지역별 특화 마케팅 △프리미엄 제품 강화 등의 전략을 통해 IT 수출을 늘리는 것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 회복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세계 교역량이 지난해에 비해 2.1%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우리 IT산업은 세계 점유율을 최대 5%포인트 안팎까지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IT 수출 비중을 사수하라”= 지식경제부는 올해 수출액 전망치를 지난해 4224억달러보다 1% 늘어난 4267억달러로 책정, 발표했다. 반도체·휴대폰(통신기기)·디스플레이·가전·컴퓨터의 5대 IT 품목의 비중은 지난해 수준인 26.1% 선을 유지 또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비중은 지난 2007년의 31.8%에 비해 낮아졌다. 연초만 하더라도 40%에 가까운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디스플레이 수출이 가격 하락에 하반기 수요 감소까지 겹쳐 43.7%나 급락세로 돌아섰다. 휴대폰마저 지난달 21.3%나 감소했다. 상반기까지 9.8%의 성장세를 누렸던 가전 수출도 대형 유통업체의 파산, 크리스마스 수요 실종 등으로 감소세로 꺾였다. 경기를 타는 반도체, 컴퓨터의 수출도 지난해 모두 전년 대비 각각 16%, 22.6%씩 감소했다.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도 지경부는 IT 수출 비중의 작년 수준 유지 또는 증가를 자신하고 있다. 정재훈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지난해 357억달러 수출로 자동차 수출액을 넘어 IT 품목 1위를 차지한 휴대폰이 지난달 전략적인 수출 물량 조절에 들어갔다”며 “재고 소진 등의 시기를 면밀하게 따져 시장 수요를 선도하면 2분기부터 수출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점유율 높일 기회는 온다”=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 등 우리 주력 IT 품목의 해외 경쟁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휘말리거나, 도산 위기에 빠졌다. 우리로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일 호기인 셈이다. 3세대(G)폰 등 지역별 전략폰 출시와 프리미엄폰 수요 감소에 따른 신흥시장 중저가폰 공략 등 시장별 특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수출 감소폭이 큰 전자레인지(-19.5%), 세탁기(-4.1%)는 시간적 여유를 갖되 성장세를 탄 냉장고(4.1%)나 상승 반전 여력이 큰 VCR(-1.1%), 컬러TV(-1.9%) 등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은 큰 폭의 감소세가 불가피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도 세계 1위의 점유율을 굳게 지키면서 반등기를 기다리는 ‘시간전략’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출 총력 지원 체제 가동=지경부는 당장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해외 마케팅 활동이 위축된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총력지원에 돌입했다. 해외전시회 참가, 무역사절단 파견, 수출상담회 개최 등 상반기 해외마케팅 지원 행사가 무려 241회에 이른다. 주말을 빼면 매일 두 차례 행사가 열리는 셈이다. 오는 8일 해외 파워 바이어 1000여개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수출상담회를 국내에서 개최한다. 다음에는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지역 바이어 3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한국상품전이 열린다. 4월에 대일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대규모 부품소재 전시상담회도 열린다. 정부는 해외전시회 참가 지원 한도를 작년 50%에서 새해부터 70%로 늘렸다.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국에 대해 정부는 정상외교 등을 통해 ‘투자+자원 확보’ ‘개발 지원+수출 확대’ 등의 연계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중남미 페루와 칠레에는 각각 전자정부시스템과 와이브로 등 IT인프라 진출을 준비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월드컵 대비 사회간접자본(SOC) 진출을 노린다. 브라질에도 자원개발과 연계한 플랜트·선박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세계 시장 점유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적인 내수부양, 원화약세, 경쟁국 기업들의 위기 등 기회요인을 십분 활용해 우리 수출기업이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도록 해외 마케팅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IT 수출 5대 품목 실적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