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LED조명 교체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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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보급 촉진을 위해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기관 LED 조명기기 교체 사업’이 시행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예상과 달리 극소수 공공기관들만이 공사 발주 의사를 밝혀, 전체 사업규모가 LED 업계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관련 예산을 각 공공기관들이 사용하고 남은 2008년 "불용예산"으로 충당키로 하면서 지난해말 급하게 사업을 추진한 탓이다. 각급 기관들 중에 사업 일정조차 제때 통보받지 못해 신청 기한을 놓친 곳도 많다. 교체 규모가 예상보다 작자 수주를 기대했던 상당수 LED 조명업체들은 참여 의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전국 공공기관 내 백열등·할로겐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키로 하고, 구랍 중순 설치 수량 파악 및 발주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그러나 마감일인 지난해 12월말까지 공사 발주 의사를 밝힌 공공기관은 총 228개에 그쳤다. 이들이 신청한 전체 교체 조명 수량을 모두 합쳐도 2만9754개에 불과하다. 전국 공공기관에 깔린 백열등과 할로겐 램프 등 수량 155만여개 중 2%에 채 못미치는 비율이다.

여기에 개별 기관들의 신청 수량이 적어 수주에 성공한다 해도 LED 업체들이 수지 타산을 맞추기조차 어렵다는 지적이다. 발주를 낸 228개 기관 중 73%가 넘는 168곳은 교체 수요량이 100개 미만이다. 50개 이하 수량을 신청한 곳도 124개에 이른다. 백열등·할로겐등 대체용 LED 조명 단가가 개당 8만원 선인 점을 고려하면 총 사업비 1000만원 미만인 공사가 대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원가·인건비·공사비 등을 더하면 한 기관에서 적어도 1000개 이상을 교체해야 본전 수준”이라며 “그 이하는 밑지고 수주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1000개 이상 교체를 신청한 기관은 국민체육진흥공단·국립중앙극장·경찰청·관세청·국가보훈처 등 5곳에 불과하다.

당초 기획 자체가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에너지효율이 낮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서 백열등 사용을 지양한지 이미 오래다. 전국 공공기관에 설치된 조명 중 백열등 비율은 0.9%에 불과하다. 할로겐 등도 특성상 박물관처럼 미관이 중요한 기관에서만 일부 사용할 뿐이다. 전체 공공 조명 중 4.1%만이 할로겐등이다.

행정안전부 의뢰로 사업을 추진한 에너지관리공단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했다. 에관공은 지난해 12월 29일 공공기관들의 참여를 독려키 위해 사업 관련 공문을 재공지하는 한편, 발주 신청 기한도 당초 2월까지 두달 연장했다. 공단측은 “각 기관에 공문을 돌려 신청을 받았으나 생각보다 참여가 저조했다”며 “신청 기한을 늘린 만큼 더 많은 공공기관들이 신청할 것”으로 기대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