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산업지도를 보면 불황기 큰 변화가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기존에 시장을 장악했던 업체들이 사라지고, 마이너로 치부되던 중소기업이 크게 치고 나왔다. 그래서 침체기가 ‘위기면서 동시에 기회’라고 말한다. 이 불황기를 기회로 맞은 기업들의 공통점으로는 ‘창조적 파괴’를 꼽을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은 4일 발표한 ‘글로벌 트렌드를 통해 본 10대 미래 유망기술 키워드’ 보고서에서 글로벌화, 인구구조 변화, 환경·자원 희소화, IT기술 진보, 규제 지형 변화 등 예상되는 5가지 트렌드를 바탕으로 창조적 파괴를 이끌 기술 키워드 10가지를 선정했다. 나준호 책임연구원은 “이들 키워드들은 앞으로 세계 기술 진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들이 불황 탈출을 위한 혁신 포트폴리오 수립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성=글로벌화로 인력·물자·자금·제품의 전 세계적 이동은 계속 증가하며, 이에 맞춰 초고속·초대형 차세대 운송수단의 연구개발이 지속된다. 바다 위를 나는 위그선, 400km대의 고속주행이 가능한 자기부상열차 등이 사례다. 여기에 물리적 이동을 대체하는 원격영상진료, 영상회의시스템과 같은 텔레프레즌스, 3D 프린터 등의 개발도 주목된다.
◇세계-지역성(글로컬리티)=글로벌화(Globality)와 지역성(Locality)의 합성어인 ‘글로컬리티(Glocality)’가 산업계에 이슈로 등장한다. 글로벌 기술일수록 세계와 지역성 문제가 심각한 기술적 딜레마로 작용한다. 개별지역별로 특화된 제품을 만들면 비용부담이 커지고, 세계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만들면 경쟁에서 밀린다. 글로컬리티는 글로벌 플랫폼 기술, 신흥국 요구 대응 기술, 저원가 설계 기술 등의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헬스케어=바이오·IT·나노가 어우러져 인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신기술과 서비스가 창출된다. 삶의 질 개선, 성인병 치료, 예방의료 기술 등이 주목된다. 특히 발병 후 치료보다 사전 예방이 국가 재정과 삶의 질 측면에서 중요해지면서 조기 진단이나 상시 모니터링 분야의 기술개발이 활기를 띤다.
◇거대도시(Mega City)=선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이 활발히 전개된다. 도시재생은 쇠락한 구도심부를 재건해 도시경쟁력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50층 이상의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는 수직도시화, u시티화 그리고 청정도시화가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개발이 뒤따른다.
◇친환경기술(GT)=기후 변화, 천연자원 희소화, 환경오염 등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국가적·국제적으로 고조된다. 이는 GT산업의 무한한 잠재력과 연관이 깊다.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감축, 차세대 친환경·저탄소 제품 기술 개발이 유망하다.
◇대체=지난해 유가를 포함 고원자재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에너지와 대체물질 개발에 대한 요구가 지속된다. 이와 함께 정보전자소재 부문에서도 기존 소재의 공급난과 고가격 문제를 해결하거나 물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체물질·신소재 개발이 활발히 전개된다.
◇감성=IT 수요 진작의 열쇠로 감성기술이 거론되고 있다. 단순히 신기술 도입으로 잠재고객에게 어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오감 센싱,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 사용편의성 기술과 로봇과 같은 감성적 상호작용 기술이 대표적이다.
◇창조=미래 IT기술은 업무 효율화를 뛰어넘는 인간의 다양한 창조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IT가 산업·과학과 융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물리적 공간을 넘어 새로운 디지털 신공간을 창조하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이 대거 개발된다. 증강현실은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술이다.
◇규제준수=글로벌 규제는 날로 심화된다. 전기전자제품 폐기물처리(RoHs) 등이 사례다. 특히 정보·물자·인력에 대한 규제 강화도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보안 관련 기술개발이 활기를 띤다. 전자태그(RFID)·생체인증기술 등을 활용한 기술이 대표적이다.
◇윤리=21세기 기술개발은 생명 창조나 원자 조작 등 신의 영역에 접근해 간다. 이에 따라 과학과 기술의 윤리성이 뜨거운 논쟁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이 측면에서 바이오·나노 등 첨단과학기술 부문에서 기술 기획 과정이 매우 중요해진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LG경제연구원이 본 `미래 10대 유망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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