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IT산업정책 점수는 반타작… 정보화 투자·기술개발 지원 더 해줘야.’
새해를 맞아 국내 IT업계 종사자들에게서 들은 IT산업 육성을 위한 제언은 이렇게 압축된다. 국내 IT인들은 MB정부의 융합전략 자체는 인정하고 있었지만 그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은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IT인들이 MB정부의 IT산업 정책을 ‘그저 그런’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설문에 참여한 IT인들이 이전 정부와 비교했을 때 MB정부의 IT산업 정책에 대해 0∼10점 사이에서 매긴 점수 평균은 5.42점에 불과했다. 정권 초기엔 정책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게 일반적인데 정권이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평가는 상당히 낮은 편으로 해석된다.
한 설문 참가자는 “IT산업은 국내 어떤 산업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경제적 효과가 막대하지만 MB정권 초기 이전보다 소외된 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2009년엔 정부 정책이 IT인과 이 산업에 날개를 달아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가장 잘한 것은 융합정책=MB정부의 IT, 산업 정책의 주요 특징과 키워드로는 역시 ‘융합’이 꼽혔다. 이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을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 육성했다면 MB정부는 이제 IT를 다른 산업과 접목, 융합시켜서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런 전략은 IT인들에게 일단은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의 정책 중 IT산업에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답변자의 절반가량이 ‘IT와 타 산업 융합정책’이라고 답했다. 상생협력과 녹색성장을 가장 도움이 된 것으로 꼽은 응답자가 각각 10%가량에 달했다.
IT를 다른 산업에 융합해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IT산업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5%가 ‘도움이 된다’, 10.3%가 ‘매우 도움이 된다’고 답해 융합 트렌드를 인정하는 전반적인 시각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잘못한 것은 정보화예산 절감=현 정부의 정책 중 IT산업에 가장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부분을 가려 달라는 질문에 정보화예산 절감을 꼽은 비율이 43.7%, 정보통신부 해체 등 IT관련업무 통폐합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8%에 달했다. SW분리발주 지연 등 기타 대답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에서 애초 이 정책이 추진될 당시 가졌던 IT 관련 인사들의 불만, 우려가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정통부 해체 등 IT관련업무 통폐합이 IT산업에 도움이 된다고 꼽은 비율도 18.4%에 달해 이 사안에 대해 IT인들 사이에서도 시각이 일부 엇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T산업 인식 낮아 신성장동력 상실 우려=현 정부의 IT산업에 대한 인식 정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과거 정부와 비교한 현 정부의 IT산업 인식 정도를 ‘낮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36.8%, ‘매우 낮다’는 응답도 12.7%를 차지했다. 10.4%가량만 현 정부의 IT산업 인식 수준이 이전 정부보다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MB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존보다 조선, 철강, 건설 등을 강조하는 기조가 나타났던 것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IT산업 인식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생각은 성장동력 상실과 중소벤처 위축 우려로 표현됐다. 야기되고 있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들어달라는 질문에 신성장동력 상실이 42.5%, 중소벤처 위축이 23%를 차지했다. 신성장동력을 융합이라는 전략을 통해 창출할 때 우리나라의 강점인 IT가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알아 달라는 IT인의 뜻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MB정부의 2009년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의 주요 해결책이 돼야 할 중소벤처기업 위축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도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물론 IT산업 자체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20.7%를 차지했다.
◇정보화투자 확대해야=IT인들은 국내 IT산업 발전을 위해 2008년 줄어든 정보화투자 재확대와 기술개발 지원 확대를 가장 바라고 있었다.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이 두 가지를 꼽은 기업인이 전체의 77%가량이다. 인재 양성을 꼽은 경우도 13.8%에 달했다. 불경기 상황에서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재 양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기업인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은 그간 국내 기업이 장기적, 전략적 시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추어 봤을 때 고무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일로 규제 완화를 꼽은 경우는 8%에 불과해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 완화 정책 및 기조가 어느 정도 기업인들에게 먹혀들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업 생태계 위해 IT육성 필수=IT인들은 정부가 IT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임으로써 다양한 산업·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IT산업 육성에 주력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로 융합산업 발전이라고 답한 비율이 35.6%로 가장 많았다. 중소벤처 기업 육성이 27.6%로 그 뒤를 이었다. 고용창출을 꼽은 응답자가 18.4%, 기업 및 정부의 업무효율성 제고를 꼽은 경우도 12.6%로 나타났다.
이같이 답변이 다양하게 갈린 것은 답변 참여자의 시각이 다양하다는 뜻도 되지만 IT산업, 기술의 효과가 다양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가장 주요한 효과로 꼽힌 융합산업발전, 중소벤처기업 육성, 고용창출 등은 MB정부가 산업정책 목표로 정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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