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Review]프로젝터- 불황기에 더 잘 나가요](https://img.etnews.com/photonews/0901/090105054626_1815494669_b.jpg)
2009년 기축년이 밝았다. 그러나 안팎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기업과 가계의 씀씀이도 작년보다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제연구소는 불황기에 주목할 시장의 하나로 ‘홈’을 꼽았다. 비용을 고려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업종이 조용히 새해를 맞고 있지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기, TV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건강한 먹거리를 챙길 수 있는 생활 가전 업계는 연초부터 공격 마케팅 채비로 분주하다. 프로젝터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훨씬 선명하면서 크기를 확 줄이고 다루기 편리한 ‘혁신’ 제품을 앞세워 수요 잡기에 시동을 걸었다.
◇‘풀 HD’로 더 선명하게=프로젝터 시장에도 초고선명(풀 HD)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LCD·PDP TV에 버금가는 화면을 앞세운 초고선명 프로젝터가 쏟아지고 있다. 풀 HD는 1920×1080픽셀(p) 200만화소로 HD급보다 2∼3배 선명화 화질을 구현해 준다. 박용진 삼성전자 상무는 “풀 HD TV는 2005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이미 40인치 이상 LCD TV에서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며 “인기가 높은 지상파 채널 HD 프로그램 해상도가 1080p급이어서 프로젝터 시장에서도 올해 ‘풀 HD 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중반 풀 HD 홈 시네마 프로젝터 ‘AF115’를 내놓고 시장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3만 대 1 명암비와 1500안시루멘 밝기를 구현한 이 제품은 투사 거리는 3m에 불과하고 최대 300인치까지 확장해 집에서도 극장과 같은 대화면을 즐길 수 있다. 옵토마도 200만원대 풀 HD 제품을 내놓고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풀 HD 주력모델 A800B)·소니(VPL-HW10)·엡손(EMP-TW2000)·벤큐 (W5000) 등도 풀 HD 제품 비중을 크게 늘려 가고 있다.
◇‘모바일’로 더 작게=사무실과 집에 프로젝터를 설치해 보는 것은 옛말이 됐다. 크기와 부피를 줄여 휴대하기 쉬운 초미니 프로젝터가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프로젝터는 크기는 작고, 가격은 일반 프로젝터 절반에도 못 미쳐 ‘안방 영화관’의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P400B’는 가로×세로가 15×6.5㎝로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다. LG전자 ‘HES102’ LED 프로젝터도 가로×세로 15×12㎝로 휴대하기에 적합하다. 덩치는 작지만 성능은 일반 프로젝터 못지않다. 최대 80인치 화면을 보여 준다. 엔모투도 92×62×26㎜에, 무게 147g 울트라 미니 프로젝터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엔모투 제품은 작게는 7인치에서 60인치까지 화면 투사가 가능해 어디서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옵토마 측은 “올해 첨단기술을 앞세운 미니 프로젝터가 대거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초점 렌즈’로 더 편리하게=프로젝터 투사 거리도 크게 짧아진다. 프로젝터는 평균 2∼3m 거리를 보장해야 대형 화면을 구현한다는 선입관이 무너졌다. 1m 안팎 거리에서 60인치 이상 대화면을 즐길 수 있는 ‘단초점 렌즈’ 프로젝터가 주인공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노는 올해를 기점으로 단초점 렌즈 프로젝터 수요가 크게 늘면서 오는 2012년 1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엡손은 지난해 65㎝거리에서 60인치 화면을 보여 주는 ‘EMP-400W’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IFA 2008’에서 공개돼 큰 관심을 모은 ‘극’ 단초점 프로젝터로 1800안시루멘 밝기를 지원한다. 벤큐코리아도 단초점 프로젝터 3개 모델을 출시했다. 서치헌 한국엡손 부장은 “단초점 제품은 스크린과 거리가 가까워도 최상의 화면을 구현해 올해 크게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DVD와 스피커를 프로젝터에 결합한 ‘올인원’ 제품, 이것저것 복잡하게 케이블을 연결할 필요 없이 전원을 켜고 DVD 타이틀을 넣으면 바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무선 제품 등도 기축년 프로젝터 시장의 ‘유망주’로 낙점을 받은 상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올해 프로젝터 11만대 규모, 조달 시장 ‘청신호’
경기는 한겨울이지만 프로젝터 조달 시장은 쑥쑥 성장하고 있다. 조달청 입찰 사이트인 ‘나라 장터’를 거쳐 거래된 지난해 프로젝터 공급 규모는 전년보다 금액 기준으로 30%가량 늘어난 68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프로젝터 조달 시장은 536억원이었다. 공급 대수로도 2007년 2만880대에서 처음으로 3만대를 넘어섰다. 업체별로는 ‘엡손’이 5654대로 1위를 차지했다. 엡손 브랜드 조달업체인 트리엠은 112억원어치를 공급하면서 지난해 1위였던 유환미디어를 밀어내고 시장 수위에 올라 섰다. 2007년 1위였던 유환미디어(산요)는 87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NEC’ 총판인 효성ITX가 2852대로 뒤를 이었다. LG전자도 크게 선전했다. 일본 브랜드가 점령한 국내 시장에서 삼성과 함께 유일한 토종 브랜드인 LG는 2480대를 조달청을 거쳐 공급하면서 4위에 등극했다.
올해 전체 프로젝터 수요도 공공기관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투자는 주춤하겠지만 정부 재정 지출 확대와 예산 조기 집행과 같은 경기 부양 정책으로 정부와 공공기관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예상 시장 규모는 기업·공공과 개인 수요를 합쳐 지난해 10만여대 수준에서 30% 이상 성장한 11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 프로젝터 시장도 2008년 620만대에서 2010년까지 92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프로젝터 기술의 진화
프로젝터는 TV·VCR·DVD·PC·캠코더 등 각종 영상기기 신호를 입력받아, 렌즈를 통해 확대한 영상을 스크린에 나타내주는 장비다. 크게 LCD와 DLP 방식으로 나뉘며 LCD 프로젝터는 지난 1988년 처음 등장했다. LCD 제품은 크기가 작고 더 밝으며 PC 입력 호환성이 뛰어나다. DLP 프로젝터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가 개발한 수십만개 미세 구동 거울을 집적한 DMD(Digital Micromirror Device) 반도체 칩을 이용해 영상 신호를 확대 투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초당 50만회 이상 변하는 수십만개 거울이 모은 빛을 각각 디지털 방식으로 제어해 준다. 아날로그 방식 LCD 프로젝터와 같이 감마 신호 등을 바꾸거나 영상 처리된 디지털 신호를 변환하는 과정 등이 불필요하다.
프로젝터에서 흔히 밝기는 ‘안시’로 표현한다. 밝기 기준인 안시루멘(ANSI lumens)은 보통 제곱미터 영상을 9개 직사각형으로 나누어 측정하며, 직사각형 각각의 값을 평균해 산출한다. ANSI는 미국표준협회를 말한다. 800안시면 어느 정도 책 읽기가 가능한 흐린 조명 상태에서, 1000∼2000안시대면 실내 밝기에서 발표할 수 있는 수준이다. 3000안시 이상이면 낮에도 볼 수 있는 고광량의 프리미엄급이지만 아직은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집에서 사용할 때는 1000∼1600안시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