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되새겨야 할 `흉중성죽(胸中成竹)`](https://img.etnews.com/photonews/0901/090105054248_657107162_b.jpg)
지난주 인천과 마산 두 곳이 로봇랜드 최종사업자로 확정됐다. 로봇랜드는 로봇 연구시설과 기술개발, 제품 등을 한곳에서 보고 체험하는 세계 첫 로봇테마파크다. 인천은 서비스 로봇, 마산은 산업용 로봇에 무게를 뒀다. 무려 1년 넘게 진행된 사업타당성 심사에 가슴 졸이던 두 지자체 관계자들은 요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산시청은 새해 시무식에 안내 로봇을 배석시켜 로봇랜드 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홍보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로봇랜드를 둘러싸고 지자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점을 고려하면 마산과 인천시는 미래 로봇산업의 중심지로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셈이다.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두 로봇랜드가 성공리에 운영되도록 노력할 시기가 왔다. 테마파크를 통해 누구에, 어떤 콘텐츠를 전달할지 처음부터 깊이 고민해야 한다.
두 지자체는 그동안 사업유치에만 총력을 기울여왔다. 로봇랜드에 걸맞은 기획과 콘텐츠는 이제부터 논의를 해보겠다고 한다. 화가가 대나무 그림을 그리기 전 가슴 속에 이미 대나무 그림을 담아둬야 한다는 ‘흉중성죽(胸中成竹)’이란 말이 있다. 두 지자체가 로봇랜드 사업을 추진한 과정을 보면 대나무를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붓과 종이부터 사재기한 것처럼 보인다. 명색이 로봇 테마파크라면 커다란 태권브이 모형을 세워놓고 이런저런 로봇 캐릭터, 놀이기구로 꾸며 놓는 수준을 넘어 관객에게 감동을 줄 만한 기획력과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앞다퉈 추진해온 테마파크나 국립전시관 가운데는 적자만 내는 애물단지로 변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연말 개관한 과천국립과학관도 정부와 경기도가 총 4500억원을 들여 세계적 전시 규모를 갖췄다지만 문을 열자마자 볼거리가 진부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근사한 건물을 짓는 데 비해서 요즘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과학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몇 년 뒤 로봇랜드가 실제로 완공됐을 때 지역경제 활성화는 둘째치고 관람객들의 즐거움이라도 확실히 보장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