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제2 러플린 공포’에 휩싸였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난 2004년부터 2년여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을 맡았던 로버트 러플린이 뚜렷한 성과없이 물러났던 전철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5일 이윤표 KIST연구발전협의회장은 “(오는 4월 임명될) 새로운 KIST 원장은 KIST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발전방향을 오랜 기간 생각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특히 “로버트 러플린과 같은 사례 때문에 KIST 원장 공모를 해외 석학에게 개방하겠다는 교육과학부의 방침에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IST 연구원들의 이 같은 우려는 지난해 12월 말 안병만 교육과학부 장관이 “새해(4월) 임기가 만료되는 KIST 원장 직을 해외 석학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라며 “KIST에서 (해외 석학의 원장 활동이) 성공하면 교과부 산하 다른 출연연구원에도 이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안 장관은 특히 해외 석학 영입이 자칫 국내 연구자들의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도 “출연연구원들이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성과를 내려면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표 협의회장은 이와 관련 “KIST 연구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원장으로 올 때의 시행착오는 고스란히 KIST와 한국 과학계가 짊어질 짐이 될 것”이라며 “한국 과학의 총본산이랄 수 있는 KIST의 중요성과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연구 역량을 한 단계 진흥시킬 식견과 경영 능력을 갖춘 분이 원장으로 선임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