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 입주 기업 CEO들은 새해가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 단지 내 매서운 한파가 그 어느 때보다 춥게 느껴진다. 가산디지털단지역 근방의 일식 등 고급음식점은 저녁 예약 손님이 뚝 끊어졌다. 실물경제 위축 조짐이 군데군데 보인다. 하지만 단지 내 입주 CEO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위기를 곧 기회’로 삼기 위한 역량 강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에 산업 단지 1번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입주 기업 CEO들의 새해 소망과 다짐을 들어봤다.
◇이억기 파이컴 부회장(반도체 검사장비)=이 회사는 새해 세계 경기가 동반 침체하는 사상 초유의 환경이 조성된만큼 경쟁력을 배가하는 데 더욱 힘쓸 계획이다. 위기 속에서도 기업 성장 체질을 확고히 마련하는 게 새해 바람이다. 그는 올해 흑자 전환이 목표다. 지난해 말 이미 구조조정을 단행, 새롭게 뛸 준비를 마쳤다. 수년 동안 진행한 연구개발 성과물이 올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했다. 차세대 반도체 검사장비와 웨이퍼 커팅기 등 레이저 응용 제품에 대한 R&D에 공을 기울였다. 그는 “새해 경기 침체는 역으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좋은 기회”라며 “대기업이 상생 차원에서 납품 가격을 적정선에서 유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지웅 모키 사장(모바일 포털)=이 회사는 올해 ‘모바일 콘텐츠 직거래 사이트’란 모키의 철학을 펼치는 시기가 되길 바랐다. 국내 대표 모바일 포털이란 명성에 걸맞은 수백만 회원 수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알찬 콘텐츠 꾸미기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올리고, 다운받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G밸리 소규모 회사들이 보다 공고히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지웅 사장은 “‘오늘도 내일처럼’이란 각오로 지난해 G밸리에 둥지를 튼 새내기답게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경국 티브이로직 사장(HD급 비디오 장비)=지난해 수출 1000만달러를 달성한 저력을 바탕으로 올해 적극 투자, 새해 대성장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에서만 실시하던 HD지상파 방송이 올해부터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실시되므로 새해에는 더욱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2002년 창립 이래 HD 방송용 모니터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해온 이 회사는 고품질의 방송용 모니터로 브랜드를 알리고자 새해 NAB 전시회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이경국 사장은 “이 업계의 생명은 연구개발이므로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기에 개발인력을 충원해 더욱 적극적인 제품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중 두림시스템 사장(옥외 LED 조명)=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도 LED 조명 개발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기존 조명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기후변화 협약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조명 제품 개발도 계속한다. 특히 고효율, 친환경 LED의 장점을 활용한 LED 보안등·가로등을 중심으로 올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권오중 사장은 “경제위기라고 여기는 올해 필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용기와 지혜”라며 “2009년에는 다양한 LED 조명제품을 개발공급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LED 조명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새해 소망을 전했다.
◇민동욱 엠씨넥스 사장(휴대폰 카메라 모듈)=이 회사는 우선, 주력제품인 카메라모듈을 더 많이 수출하는 것이다.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카메라폰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맹위를 떨친다는 각오다. 둘째로 창업 5년째를 맞이한 해인만큼 임직원 모두가 회사의 비전을 믿고 단합된 모습으로 파이팅하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더 큰 미래를 위해 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빨리 경기가 안정세로 돌아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정상화됐으면 한다”는 게 민 사장의 또 다른 소망이다.
◇손관헌 진두아이에스 사장(인프라 서비스 및 통합유지보수)=올해 연말 직원들이 ‘성과급을 많이 받아가는 것’이 새해 소망이다. 이 회사는 목표 달성 초과분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환차손 때문에 불가피하게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여러 가지 여건상 흑자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지난 2∼3년 동안 직원을 3배 가까이 충원한 이 회사는 그간 교육의 성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그동안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많은 어려움도 겪었지만, 새해에는 높은 비율의 흑자를 달성해 소원을 성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종헌 유넷시스템 사장(보안시스템)=어려울 때일수록 직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인정이 싹트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새해 바람이다. 올해는 경기침체로 여느 때보다 힘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강한 신념이다. 심종헌 사장은 “위기가 있을 때 기회가 같이 오는 것”이라며 “위험한 시기에는 기본을 잘 다지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호 세리정보기술 사장(금융정보시스템)=소망은 ‘희망’이다. 소망이 희망이란 말이 어색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희망을 갖는 것이 바로 소망이란 뜻이다. 세리정보기술은 올해 25%가량을 성장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성장하는 것만이 이 회사의 목표는 아니다. 올해부터는 직원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직원 개개인이 컨설턴트나 프로젝트 매니저로 성장하는 기반을 올해 다질 계획이다. 백 사장은 “올해는 프로그래머들이 환갑까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기 계발에 동기부여를 할 생각”이라며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때기도 해 소망을 희망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김홍국 가비아 사장(웹호스팅)=기존 주력사업을 기반으로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통합형 기업 웹메일 및 그룹웨어 사업을 확대하는 게 새해 소망이다. 지난 2007년 인수한 인터넷연동망 회사 케이아이엔엑스와의 연계를 통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사업 방안도 추진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로 창립 10년째를 맞았다. 김 사장은 “강산이 한번 변해도 변했을 10년”이라며 “특히 부침이 더 심하다는 IT산업에서 처음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새로운 시작을 위한 사업자들의 든든한 파트너로서의 길을 새해에도 묵묵히 걷겠다”고 다짐했다.
◇정영종 CJ인터넷 사장(디지털 콘텐츠)=이 회사는 새해 창립 9주년을 맞았다. 퍼블리싱 노하우와 자체 개발 등 핵심역량을 더욱 강화해 국내 게임업계의 새로운 리더로 거듭난다는 게 새해 목표다. 정 사장은 또 해외사업의 활발한 추진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을 소망하고 있다. CJ인터넷은 사용자들이 보내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해 시작한 CJ인터넷의 대표 사회공헌프로그램 ‘즐거운 배움터’를 통해 우리 아이들과 대한민국이 희망의 싹을 틔우고 미래를 가꾸어 가는 해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원했다.
안수민·김인순·설성인·이동인 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