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핫이슈](5)불황기에 시장 지배력 높이려면 "합병이 최고"

[2009 핫이슈](5)불황기에 시장 지배력 높이려면 "합병이 최고"

 “M&A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키워드.”

 세계적 경기 침체는 강한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바로 인수합병(M&A)의 호기기 때문이다. 좋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지만, 단기간 재무유동성이 악화돼 우량 매물로 나오는 사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든 기업이 현금 확보에 치중해 있지만, 올 초부터 M&A 전쟁이 폭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과거 경기가 하락세일 때 대형 M&A로 경쟁력을 강화한 경우가 적지 않다. SK텔레콤은 1999년 12월 이동전화 시장점유율을 57.2%까지 확대하기 위해 신세기통신을 인수했다. 이후 SK텔레콤은 현재까지 통신시장의 강자로 자리 매김했다. 유럽 최대 이동통신사 도이치텔레콤 역시 지난해 초 미국 선콤사를 인수,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가치를 높였다.

 재무유연성과 소프트 경쟁력이 모두 양호한 기업은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한 M&A와 호황기에 대비한 선행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불황기에 일시적 자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우량기업마저 매물로 나오는 사례가 많아 M&A를 활용하면 시장지배력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극심한 경기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많은 기업이 매물로 쏟아질 것으로 보여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는 기업은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성공적 M&A는 기업 성공의 주춧돌이 된다고 말한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기업들이 굳이 외부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성장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치고 성장이 정체 국면에 이르면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M&A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국내 기업 M&A 시장에는 대어가 넘쳐날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쌍용건설, 대우일렉트로닉스, 현대종합상사를 비롯해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도 매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기업을 사들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M&A 대첩’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대기업은 이미 신년사에서 불황을 틈타 시장 지위를 높이기 위해 새해엔 신사업 진출과 M&A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불요불급한 투자와 경영의 낭비 요소를 철저히 제거해 현금흐름을 높이면서 신사업 창출 및 M&A 기회도 놓치지 않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핵심역량을 갖춘 선두 기업에는 지금과 같은 불황이 오히려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통신시장 변화도 이를 예고한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로 이름을 바꾼 것은 합병을 앞둔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다. LG파워콤과 LG데이콤도 합병을 준비하고 있다. KT와 KTF의 합병도 시간문제다. 통신시장 합병은 유무선 결합판매라는 시장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 필수란 게 통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합병,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도 경영진이 합병을 향한 의지가 강해 새해에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상반기는 본격적인 체결보다는 상대 간 M&A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최근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국내외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M&A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국내 M&A 시장은 상반기엔 눈치를 보다가 하반기 들어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는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M&A 자금 끌어모으기가 힘든 반면에 경기가 약간 풀리고 돈이 돌기 시작할 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눈을 돌려 해외 유망기업에 대한 M&A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불황의 파고를 자신의 역량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글로벌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한 공포감이나 비관론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수비경영에 급급하거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글로벌기업들이 불황의 파고를 넘어 글로벌 강자 지위를 지킨 것은 불황을 통해 자사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약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과거 한국기업이 처했던 구조조정과 생존경영의 운명에 처해 있기 때문에 한국기업은 오히려 다양한 전략 옵션을 가지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