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핫이슈]글로벌 M&A전망

 국제금융 위기 여파로 글로벌 IT업계 인수합병(M&A) 시도가 급격히 냉각됐다. 주가 폭락으로 헐값에 나온 IT업체가 적지 않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국내 기업이 해외 IT기업을 사들여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도 열리고 있다.

 올해 글로벌 업계 M&A의 가장 큰 흐름은 산업 구조조정이다. 경기 위축으로 산업의 구조적 모순과 고질병들이 총체적으로 드러나 생사를 건 M&A와 퇴출이 예상된다. 공급 과잉으로 오랜 고통을 받아온 D램 업계는 연초부터 들썩이고 있다. 대만 정부가 기업 합병과 기술 이전을 전제 조건으로 2000억대만달러(약 8조원)에 이르는 구제금융안을 내놓은 후 미국, 일본, 대만 반도체 업체 간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일본 엘피다와 대만 파워칩이 합병안을 내놓았고, 대만 난야와 미국 마이크론이 뭉치는 분위기다. 모두 D램 1위 업체인 삼성전자를 겨냥하고 있다.

 2007년까지만 해도 M&A는 무조건 ‘덩치’부터 불리고 보자는 싸움이었다.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대신 경쟁업체를 인수해 시장을 얻고 매출을 늘리는 방식이다. 오라클의 피플소프트·시벨·BEA시스템스 인수, HP의 머큐리·EDS 인수가 대표적이다. 뭉칫돈을 아끼지 않았고 무리수도 뒀다. 하지만 이제 IT기업들은 현금을 아낀다. 철저한 분석을 거쳐 옥석을 가리고 전략적인 기업에 인수하는 데 승부수를 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나스닥 지수는 40.5%가 폭락했다. 매각 물망에 오른 기업들은 좋은 가격을 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반면에 현금을 보유한 기업은 알짜 기업을 싼값에 사들일 기회를 맞았다. 인터넷 기업 야후의 주가는 지난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안했던 인수 가격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M&A 전문 투자은행인 업데이터 어드바이저스의 돈 모어 파트너는 “지금이 기업을 사들이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라며 “기업 가치 하락 추세가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어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이 M&A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M&A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눈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능형 위치정보 서비스, 클라우드컴퓨팅, 그린IT 등 유망 기술 분야에 M&A 큰 장이 설 전망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