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CD용 액정 소재 전문업체 한국머크(대표 유르겐 쾨닉)가 국내 환경기준보다 훨씬 까다로운 규정을 자사 폐기물 소각 지침에 적용해 화제다. 국내법을 적용하면 폐기물 처리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지만 환경규정이 더욱 엄격한 독일 본사 기준을 원형 그대로 준용했다. 글로벌 기업으로써 현지 환경보호만큼은 최선의 방안을 고려한다는 방침에서다.
현 폐기물관련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된 화학물질 포장재는 반드시 800℃ 이상의 고온에서 완전 소각해야 한다. 포장재에 남은 화학물질이 토양 및 식수원 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머크는 LCD용 액정을 보관했던 빈 캔을 이 보다 훨씬 높은 1100℃에서 소각한다. 지난 1년간 운영한 결과, 일반 소각비용보다 10배 가량 비쌌다. 대신 액정 잔여물이 유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같은 처리 지침은 본사 기준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독일머크는 액정 관련 폐기물에 대해 ‘플루오르화수소 등 유해물질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최저 1100℃ 이상에서 완전 소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외에도 화재시 소화수에 의해 창고내 화학물질이 유출될 것에 대비, ‘물 정체 시스템’을 국내 모든 창고에 도입했다. 물 정체 시스템은 스프링쿨러에서 나온 소화수가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내부 밀폐 탱크에 가둬 두는 장치다. 총 508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대형 화재에도 화학성분을 머금은 소화수가 토양으로 침투되지 않는다. 머크 측은 “고객사를 선정할 때도 화학제품 처리규정을 준수하는지를 엄격하게 따진다”며 “지사가 속한 국가 환경도 독일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보호한다”고 말했다.
국내에 LCD용 소재 업체로 잘 알려진 머크는 해외에서는 액정 외에 각종 의약·화학제품 회사로 더 유명하다. 1989년 한국에 지사가 설립됐으며 국내 LCD 패널 업체에 액정을 공급하고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