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의 통합이 위기를 맞았다. 양교의 건학이념이 다른데다가 KAIST 협상태도에 ICU 측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최악의 경우 통합협상이 결렬되는 상황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8일 ICU와 KAIST에 따르면 ICU는 지난주 통합추진위원장(이만섭 기획처장) 이름으로 KAIST에 양교통합협상 진행에 대한 자세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서신을 전달했다. 또 ICU 교수 62%도 통합 반대 결의서에 서명하고, ICU이사회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같은 문제는 정보통신 부문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ICU의 건학이념이 KAIST의 과학기술 인재양성이라는 건학 이념이 맞지 않는데서 발생한다. ICU는 건학이념에 따라 교과과정, 인재선발과정등이 상이한데도 불구하고 KAIST가 흡수·합병하는 협상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ICU 관계자는 “학사구조와 학사 선택권 등에서 ICU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고, 흡수통합으로 인해 ICU 설립정신마저 사라질 상황에서 더 이상 이런 자세로 갈 수는 없다”며 “사실상 통합협상이 중단됐고, KAIST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더 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ICU 교수들도 통합추진 반대 결의서에서 “추진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를 통한 세계적 대학 육성이라는 통합명분이 이미 상실되었을 뿐만 아니라, 양 학교간 상호존중이라는 기본적인 통합의 정신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ICU 이사회는 통합추진결정 결의를 즉시 무효화하고, 학교 정상화에 적극 노력해 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결의서는 보직교수를 제외한 61명 교수 중 연락이 불가한 교수를 제외한 46명에 서명을 요청했고, 이중 83%인 38명이 서명했다. 이는 전체 서명 대상 교수 기준으로는 62%다.
현재 양교 통합을 위한 근거법안인 한국과학기술원법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상정돼 있어 조만간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통합 최종승인은 양교 이사회가 하게 돼 있다. 현재 논의대로 통합이 된다면 ‘정보통신 인력양성’이라는 ICU 건학이념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학생들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ICU 이사회가 통합안에 승인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기한 KAIST 기획팀장은 “통합진행과정에 있고, 관련 논의를 하는 가운데 교수님들의 반대가 나와 당혹스럽다”면서 “협상태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계속 ICU 측과 이야기를 해서 최대한 통합목적에 부합되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