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반도체·LCD 장비 업체인 한국알박은 최근 자회사인 한국알박정밀을 통해 이름도 생소한 ‘조선업’에 진출했다. STX엔진으로부터 선박용 엔진 외주 가공 사업을 수주받은 것.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LCD 시장마저 냉각기에 접어들자 올해 설비 투자가 사라질 것에 대비해 지난 수개월간 노력한 첫 결실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때 STX엔진의 초도 수주 물량만 평소 연 매출의 30% 정도는 될 것으로 보여 한국알박정밀에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국내 LCD 장비·설비 전문업체인 에스에프에이(대표 신은선·배효점)는 국내 처음 ‘냉간압연연속라인용 용접장비’를 개발 완료하고, 지난 몇달간 포스코에서 시험 가동을 거친뒤 최근 양산 공급했다. 이 장비는 지난 2년간 에스에프에이가 추진한 연구개발의 성과로 이번 수주 물량만 총 3대, 금액으로는 40억원의 매출을 기대한다.
국내 설비 투자를 주도해왔던 반도체·LCD 시장이 나락에 빠지면서 장비업계가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사투에 나섰다.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유관 전통산업 시장에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반도체·LCD 장비 사업에 필요한 초정밀·초청정 기술을 보유한 덕분에 유사한 제조 공정의 타 업종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린 것이다. 혹한기를 넘기기 위한 장비업체들의 시장 돌파는 전통산업과 타업종을 구분하지 않는다.
한국알박정밀은 그동안 반도체·LCD 핵심 공정장비인 ‘스퍼터’를 제작하면서 축적한 정밀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STX엔진의 선박 엔진 외주가공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주요 선사들로부터 납품 자격 인증을 잇따라 취득하는 등 신규 사업을 위해 발빠르게 준비했다.
이 회사 백충렬 사장은 “STX엔진측이 공장의 생산라인을 방문해 현장의 청정도 수준이나 기술력을 눈으로 확인한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반도체·LCD 핵심 장비의 정밀 가공기술은 역시 까다로운 품질을 요구하는 선박 엔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알박은 또 최근 한국전력의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는 밸브를 양산 개발하고 납품 대기중이다. 발전소의 밸브는 고난도의 자기·진공 기술이 필요한데, 절묘하게도 스퍼터 장비의 핵심이 이 기술이다.
포스코가 이번에 가동한 전기아연도금 라인은 LCD TV 전용 강판을 양산하는 공장으로, 강판 표면의 청정 처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포스코의 철강 연속 라인 가운데 핵심 설비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고, 최단기간 준공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신은선 대표는 “이번 용접 장비는 외산보다 뛰어난 품질에 소모전력과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면서 “향후 국내외 철강 업계를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LCD용 후공정 장비 전문업체인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은 검사장비 기술을 발판으로 전자업체들의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물류 설비 사업을 신규 추진키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검사와 물류 작업이 후공정 라인에서 기술적으로 연관됐기 때문에 충분한 기술력은 갖고 있다”면서 “중국내 제조업체들이 최근 인건비 상승으로 공장 자동화에 나서면서 시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