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표준은 고객도 감동시킨다

[ET단상]표준은 고객도 감동시킨다

 2005년 영국 통상부(DTI)와 영국표준협회(BSI)가 1948∼2002년 사이의 각종 경제 지표와 표준 자료를 바탕으로 표준이 영국의 국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초로 계량화해 평가 보고했다.

 보고서는 표준이 영국에서 매년 약 25억파운드(약 5조5000억원)의 경제적 가치 창출에 공헌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1948년 이후 영국 노동 생산성에 약 13%를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평균 경제성장 중 10% 이상이 표준 활동과 연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2000년 독일표준화기구(DIN)가 1960∼1996년 사이의 독일 경제에 미치는 표준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독일 GDP 약 1%에 해당하는 경제적 효과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설문 조사에서 응답 기업 84%가 수출 전략의 일환으로 국제 표준을 활용하고 있고 25% 기업이 표준 제정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표준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요한 가운데 수년 전부터 IT강국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디스플레이 산업 표준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IT산업의 대표 국제 표준화 기구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와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산학연 등 여러 분야의 기술 전문가가 국제표준 제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연구개발을 거쳐 얻어낸 파급 효과가 큰 내용을 표준화로 시도하고 있어 표준을 통한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표준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수년 전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디스플레이산업계에는 1년 내내 세계 최고와 세계 최초의 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술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단편적인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사람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경쟁 업체와 차별화 산업으로 우위를 다지기 위해서는 친인간적, 친환경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징이 있다.

아직까지도 디스플레이 화질 특성은 인간이 느끼는 감성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 물리적인 수치의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디스플레이가 인간의 눈을 통해 인지되는 시각 특성을 배려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수치 경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제는 고객인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는 방법이 필요한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최근 제안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측정 방법의 표준화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성화질을 평가하는 방법이 등장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세계 최고라는 잘못된 일등주의 수치 경쟁에서 벗어나는 성숙한 모습으로 디스플레이산업 변화가 국제 표준화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선진적인 표준화 활동으로 고객에게 감성화질의 품질 성능을 보장함으로써 소비자와 신뢰를 구축하며 경쟁력 우위를 점유하는 미래형 산업 구조를 확보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표준화를 활용한 기업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국가 산업에서도 표준의 힘은 더욱더 가속될 것이다. 선진화된 표준 활동은 대한민국 디스플레이산업을 더욱 확고하게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주도하는 중심에 있어 그 필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남인석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장 namis12@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