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생산능력 중심의 ‘치킨게임’에서 손을 떼고 기술력 중심의 ‘미세공정 게임’으로 본격 전환한다. 양사는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 기업보다 미세공정 기술에서 낸드 메모리 3개월, D램 1년 이상 앞서 나간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하이닉스 등은 올들어 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경쟁에 더욱 속도를 냈다. 양사는 설비 증설이 아닌 30∼40나노급의 강력한 미세공정 기술력 우위를 앞세워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경쟁, 반도체 불황을 극복할 계획이다.
50나노급 이상 공정은 장비 투자만으로 가능하지만 40나노급 이하로 공정이 더 미세해지면 장비의 한계에 도달해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내야 한다. 미세공정은 회로 선폭을 줄여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 3위인 하이닉스는 2위 도시바와의 미세공정 기술 격차를 더 벌린다는 계획이다. 도시바가 43나노 공정서 연말에 32나노 공정을 도입키로 하자 삼성과 하이닉스는 3∼4개월 앞서 30나노급 공정으로 전환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42나노 공정으로 낸드 제품을 양산하는 데 이어 오는 9월께 35나노 공정을 본격 도입한다. 하이닉스도 2분기께 플래시 메모리 양산에 41나노 공정을 도입하며 4분기엔 32나노 공정을 도입해 3개월 간의 안정화 기간을 거쳐 내년초 양산할 계획이다.
D램 시장서도 삼성전자(1위)·하이닉스(2위)는 엘피다(3위)·마이크론(4위) 등과의 미세공정 싸움에서 우위를 선점할 방침이다. 지난해 4분기 50나노급 공정에 들어간 양사는 올 하반기 40나노급 공정으로 전환한다. 50나노 공정을 최근 도입한 엘피다와 2분기 도입 예정인 마이크론과의 기술 격차를 1년 가량 벌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56나노 D램 공정에서 9월께 44나노 D램 공정을 도입한다. 하이닉스도 54나노 D램 양산 공정에서 6월께 44나노 D램 공정을 도입하고 9월엔 44나노 D램 제품을 한발 앞서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이 그동안 생산설비 증설로 수익을 얻었지만 불경기엔 이런 전략이 무용지물”이라며 “40 나노 이하 공정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는 등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이 올해 증설에서 기술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