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핫이슈](7)인터넷 규제- 끊임없는 논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현재 추진 중인 인터넷 관련 규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경제전망 게시글을 올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지난 10일 검찰에 구속 수감됐다. 미네르바의 혐의는 ‘달러 매수 금지 긴급 공문 발송’ ‘외환 예산 환전 업무 8월 1일부로 전면 중단’과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익을 저해했다는 혐의다. 미네르바 구속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입법 추진 중인 사이버 모욕죄를 비롯한 인터넷 규제가 타당한지에 다시 논의의 초점이 모이고 있다.

2008년은 어느 때보다 인터넷 공간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많았던 해다.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배우 최진실씨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건은 인터넷의 역기능을 부각시켰고 이에 따라 인터넷을 규제하기 위한 각종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인터넷 규제와 관련된 주요 법안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방송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언론중재법 개정안, 신문법 개정안 등 7∼8개에 달한다.

이 법안들은 현재 논란의 불씨를 안은 채 국회 계류 중이며,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논의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논의 중인 법안 가운데 상당수는 인터넷상에서 발생하는 역기능에 기업의 책임을 묻고 있다. 임시조치 의무화,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아이핀의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임시조치 의무화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의 권리침해 판단이 어렵거나 이해당사자의 분쟁이 예상될 때 포털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관련 게시물을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는 포털사업자가 실질적으로 사전 검열을 행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적 책임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서 임시조치를 남발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신문법 개정안은 ‘포털은 언론’이라는 조항을 넣어서 신문의 독자위원회와 유사하게 포털도 이용자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다른 언론 기사를 내보낼 때 포털이 자의적으로 기사 내용이나 제목을 편집하거나 조회 수를 조작하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까지 명시해 포털의 활동에 제한을 뒀다.

이처럼 전 방위적인 규제로 가장 부담을 느끼는 곳은 다름 아닌 중소사업자다. NHN·다음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대형 포털 사업자는 현행 정부 규제를 따르기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는 것이 가능하지만, 블로그·SNS·UCC 사업자 등 체질이 허약한 중소 인터넷 기업엔 불가능한 일이다. 경영부담을 느끼다 보니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지 못해 인터넷 생태계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역기능 제어냐 이용자 억압이냐=사이버 모욕죄 도입과 인터넷 실명제의 확대는 익명성으로 인한 인터넷상의 역기능을 줄이자는 취지로 입법 추진 중이다.

특히 사이버 모욕죄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데 굳이 별도의 처벌조항을 만드는 것은 권력 만능주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않아도 신고가 가능하되 처벌은 피해자의 의사에 따른 것)로 규정해 검찰이 고소 없이도 게시판이나 메신저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이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IP 주소와 인터넷 메신저, 전자우편 등 인터넷 사용기록의 보관 및 휴대폰 감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인터넷 사용 기록은 설정하기에 따라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 접속을 했는지뿐만 아니라 민감한 통신 내용도 포함할 수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방통위는 이미 주요 포털 사업자들이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도입해 큰 문제가 없다는 방침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속적인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규제 간 충돌도 우려=문제시되는 사안에 대해서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다 보니 현행 규제와 새로운 규제 간 충돌이 일어나는 사례도 발생한다.

지난 7월 방통위와 행안부가 발표한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에도 이 같은 소지가 다분하다.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한다고 했지만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강화되면 실명제에 따른 기본적인 개인 정보수집은 불가피하다. 또 명의 도용이라는 역기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개인정보 수집이 강화돼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통신비밀보호법 역시 개인의 통신 기록을 저장하지 못하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충돼 인터넷 기업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현행 규제가 땜질식 규제나 과잉 규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규제 철학이 분명히 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는 “(인터넷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안을 우후죽순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법원이 기존 법을 창의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해 질서를 잡아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