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라인 해외이전 `시동`

  LCD 패널 시황이 급격히 악화된 탓에 삼성전자가 LCD 모듈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려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불과 두달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해외 시장 대응력과 원가 경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국내 천안(탕정) 사업장내 TV용 LCD 모듈 라인을 슬로바키아·중국 등지로 대거 옮겨 올해는 해외 생산 비중을 더 높인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 생산 기지의 물동량이 오히려 더 급감하자 LCD 모듈 라인 이전 계획은 전면 유보되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 LCD 클러스터 가운데 최대 거점으로 삼았던 슬로바키아 모듈공장의 가동율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현지 동반 진출한 국내 협력사들은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에 휩싸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말까지 국내 사업장 모듈 라인 이전 및 해외 클러스터 증설 투자를 통해 전체 TV용 LCD 모듈 생산량 가운데 해외 비중을 60%선까지 끌어올리기로 했으나, 최근 이같은 계획이 극히 불투명해졌다. LCD 패널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여파를 국내보다 해외 사업장쪽에서 더 맞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월 180만대 수준인 천안사업장 생산량을 올 연말께 120만대 정도로 줄이는 대신, 이 기간 슬로바키아는 100만대, 중국 쑤저우 공장은 80만개 규모로 각각 대폭 늘리기로 했었다. 불과 두달전인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이같은 계획을 협력사들에게 통보하고 현지 증설 투자를 종용했었다.

하지만 해외 거점 가운데 최대 규모의 LCD 클러스터로 육성하려던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의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해외 라인 이전 계획에 전면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은 가동 첫해인 지난해 당초 연간 생산량 목표치가 400만대였지만 200만대 남짓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33만대로 최고를 기록한뒤 올 1월 들어서는 월 10만대 안팎 수준으로 급감했다. 동반 진출한 협력사들을 포함해 가동 초기 월 50만대 규모의 설비 투자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현재 가동율은 20%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당초 월 50만대 규모로 투자했다가 지금은 20만대 정도로 캐파를 낮췄다”면서 “당장 가동율이 밑바닥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조차도 (올해 국내 라인 이전에 대해) 확답하지 못하는 비상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동반 진출하면서 대규모 설비 투자와 인력채용에 나섰던 국내 협력사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 클러스터내에서는 최근 두차례나 감원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현지 협력사 관계자는 “두번의 감원에 이어 올 1분기중 추가 감원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현지 정부의 고용정책상 승인절차도 거쳐야 해 이래저래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측도 올해 슬로바키아 사업장을 최대 규모의 LCD 클러스터로 확대하려던 당초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연말까지 국내 천안 사업장의 모듈 생산 규모는 유지할 것”이라며 “슬로바키아 모듈 공장은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쪽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