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채권단의 자금 지원 결정을 계기로 유동성 위기를 넘긴 하이닉스반도체가 미세 공정 기술력 향상에 ‘올인’한다.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해 불황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설비 투자 축소로 반도체 장비 업계는 지난해에 비해 더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하게 됐다.
◇기술 집적도 업그레이드로 시장 우위 확보=하이닉스반도체는 올해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하이닉스는 2분기 초 낸드 메모리 양산에 41나노 공정을 도입하고 4분기엔 32나노 공정을 도입,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D램 시장에서도 현재 54나노 D램 양산 공정에서 6월께 44나노 D램 공정을 도입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김종갑 사장은 “41나노 낸드 메모리 수율은 48나노 양산 수율과 엇비슷할 정도로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히며 기술 마이그레이션에 R&D를 집중하기로 했다. 최진석 부사장도 “불경기에 수요가 사라진 상황에서 설비 투자 기반의 시장 점유 확대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기술 집적도를 업그레이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또 단품이 아닌 메모리 복합 제품 확대에 나선다.
◇프로모스 M&A는 찻잔 속 태풍=대만 프로모스의 인수 파트너가 일본 진영이든 미국 진영이든 하이닉스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프로모스와 결별하더라도 하이닉스 생산량의 5%로 적은데다 미국·일본 등이 대만 기업에 기술 이전을 한다고 해도 50나노급 공정 안정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에서 50나노 양산 공정을 운영하는 곳은 삼성·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유일하다”며 “대만이 구조조정하는 동안 미세 공정 집적도를 더욱 높여 기술 격차를 1년가량 벌린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의 M&A 결정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하이닉스의 글로벌 전략에는 차질이 없다는 것이다. 또 프로모스가 대만 정부 지원을 받으면 WTO의 상계 관세 제재 가능성도 우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장비 업계 생존 경쟁 예측=하이닉스반도체의 설비 투자 위축으로 반도체 장비 업계가 직격탄을 받게 됐다. 하이닉스가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올해 투자를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6조원의 절반 수준인 3조원대를 반도체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장비 업계는 ‘생존 모드’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장비 업계 역시 반도체 소자 기업처럼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 기술력 확보에 더욱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