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의 발효로 열린 새로운 환경으로 불안감도 큰 게 사실이다. 지난해 불어닥친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미국발 금융위기로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대형 상업은행(IB)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IB 비즈니스의 몰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와 감독’ 문제라는 데 입을 모았다. 미국식 IB 비즈니스가 과다한 레버리지와 업계 간 장벽을 넘나드는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맞았지만 진화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경혁 삼성증권 전무는 “IB 무용론이 나오지만 IB 비즈니스는 늘 존재하는 것이며 문제의 핵심은 ‘관리와 감독’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공황과 세계대전 등을 거치면서도 85년간 이어온 베어스턴스가 지난해 3월 파산한 것은 지나치게 높은 레버리지율이 낳은 결과라는 것. 실제로 베어스턴스는 지난 2007년 11월 말 기준 13조4000억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거래에 관계했고, 자본금 111억달러에 자산 규모는 3950억달러로 레버리지 비율이 35.5배에 달했다. 158년 전통의 가진 리먼브러더스 역시 지난해 9월 파산 규모는 6130억달러로 2001년 엔론사태 이후 미국 역사상 최대 부도 사건으로 자본 대비 과도한 투자가 원인이었다.
권 전무는 “무리하게 차입금을 늘리며 파생금융품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고 외연 확장 등 몸집불리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관리 감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살아남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도 감독기관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FRB로 바뀌면서 자기자본비율 규제 등도 크게 강화됐다.
최근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등 글로벌 IB에 불어닥친 위기로 인해 국내 증권사들도 글로벌 IB의 몰락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분위기다. 삼성증권,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컴플라이언스 팀을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각 증권사 사장들은 신년사에서 위기 관리를 최우선으로 과제로 삼으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렇다고 마냥 위축되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0.1% 확률의 리스크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금융위기에서 배웠지만 그 0.1% 때문에 나머지 99.9%의 기회를 버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벤처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IB는 필수라는 목소리도 높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장도 “한국 증권사의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의 3∼4배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중소기업, 혁신기업 같은 고위험 산업이 육성되기 위해서는 위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IB와 위험자본을 제공할 자본시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