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기업의 얼굴인 소니가 14년 만에 첫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은 소니가 올해 3월 끝나는 회계연도 결산에서 1000억엔(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3월 결산 법인인 소니는 지난 10월 2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하며 연간 전체로 2000억엔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예상을 넘어선 시장상황 악화로 평판TV 등 전자제품의 판매가 감소하고 엔화 강세의 악재가 더해지자 현지 분석가들은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소니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소비 심리 위축이 지난해 10월 이후 본격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관적인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망이 틀리지 않으면 소니의 적자는 1995년 3월 이래 14년 만에 재현되는 것이며, 1958년 상장 이래 두 번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판매 부진으로 인한 적자는 사상 처음=이번 적자는 1995년의 상황과 크게 다르다. 당시엔 소니가 영화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이어서 미국 컬럼비아픽처스를 인수하며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다. 때를 같이한 영화산업 침체 여파로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적자의 원인은 일시적인 손실이 아닌 소니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전자 부문의 판매 부진에 따른 것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주력사업인 전자 부문의 부진이 원인으로 작용해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회사 설립 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니의 전자제품 재고는 지난 1분기와 2분기 평균 57일치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52일치에 비해 늘어났다. 3분기(10∼12월)는 연말 특수에 힘입어 40일대 초중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사상 최악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난 2분기에 비해 거의 개선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엔화 강세로 엎친 데 덮친 격=지난해 하반기 들어 심화한 엔화 강세 현상도 소니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소니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2분기 전망 환율을 달러당 105엔, 유로당 162엔으로 내다봤다. 2분기 실적 발표 시엔 3분기 환율을 달러당 1000엔, 유로당 140엔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의 실제 환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달러당 95엔, 유로당 125엔 선이었다. 소니가 매출 부진 및 재고량 증가에 따른 손실 외에도 엔화 강세에 따른 추가 손실도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에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조기퇴직 유도 등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연초에 예상치 못한 구조조정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4분기(1∼3월) LCD TV 등의 전자제품 재고처리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소니의 적자폭은 1000억엔을 훨씬 넘어서 2000억엔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현지 언론은 내다봤다.
소니의 적자 전환은 삼성전자와의 세계 전자산업 맹주 경쟁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 이미 소니가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결정타를 맞기 때문이다.
소니의 시장 분석 능력도 새삼 도마에 올랐다. 실적 악화가 글로벌 실물 경기 위축에 따른 결과라지만 이는 이미 예고됐었다. 순익을 예상한 소니가 적자, 그것도 1000억엔대의 적자를 낸다면 수요는 물론이고 환율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예측 능력에 문제가 생긴 셈이다. 이는 적자 자체보다 소니엔 치명적인 요소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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