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GM 전기차 배터리 공급 의미

 LG화학의 제너럴모터스(GM)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은 차세대 2차전지로 부각된 ‘리튬이온(Li-ion)’ 배터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은 ‘니켈수소(Ni-MH)’ 전지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관련 기술을 일본·미국 등 선진국 업체가 독점한 탓에 우리나라 업체들의 신규 진입이 제한됐다. LG화학·SB리모티브(삼성SDI·보쉬 합작사)·SK에너지 등이 일찍부터 리튬이온을 이용한 전기자동차용 전지 개발에 매진해온 이유다.

LG화학의 공급 성사는 이처럼 차별화한 개발 전략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시장조사기관인 ‘하이에지’에 따르면 오는 2015년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은 리튬이온 진영과 니켈수소 진영으로 양분될 전망이다. 이번 LG화학의 GM 공급 성사로 차세대 2차전지 시장에서만큼은 국내 업체들이 활약할 물꼬를 틔운 셈이다.

지속적으로 제기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일본 도요타는 신형 하이브리드자동차 ‘프리우스’에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하기로 했다가 안전성 검증이 덜 됐다는 이유로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향후 리튬이온 배터리는 특수한 경우에 한정해 사용하며, 일반 자동차에는 니켈수소 전지만 계속 사용할 것을 공식화했다. LG화학이 공급할 제품은 기존 액체형 리튬이온 전지보다 안전성을 높인 ‘리튬이온 폴리머’ 전지다. 리튬이온이 젤 타입으로 내장돼 훨씬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GM과 협력관계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면 리튬이온 전지 안전성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한편, 국산 2차전지 기술 위상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주재료인 리튬의 안정적인 공급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리튬의 대부분은 칠레에서 수입된다. 전 세계 매장량의 70%가 칠레에 집중된 탓이다. 향후 전략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면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장량도 충분치 않다. 지금과 같은 채굴 속도를 유지하면 약 16년 뒤에 고갈될 위기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리튬 가격은 급등세를 보인다. 조달청은 리튬을 희귀금속으로 지정해 국가 비축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경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리튬을 희귀금속으로 지정해야 하는지 조사하는 중”이라며 “수요는 늘어난 반면에 가격은 계속 올라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