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반기 승부수를 믿어보자

[기자수첩] 상반기 승부수를 믿어보자

 ‘절도봉주(絶渡逢舟).’

최근 사석에서 새해 희망 사자성어를 물은 기자에게 조환익 KOTRA 사장은 이같이 답했다. ‘건너갈 길이 끊어진 곳에서 배를 만난다’는 뜻으로 청나라 소설 ‘야수폭언(야생의 노인이 폭로한 말)’에 나온 말이다. 조 사장은 “절망적인 상황에도 길은 있다”며 “KOTRA가 ‘배’가 돼 한국 경제를 절망에서 구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최근 KOTRA의 행보가 튄다. 올해 수출 500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최근 각종 경제연구기관이 성장률 하향 조정과 함께 수출 전망치를 낮추지만 KOTRA는 요지부동이다. 작년 수출액이 4224억달러(잠정치)임을 감안하면 대략 18%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해야 달성이 가능하다. 이는 한국은행(1.3%), KDI(5.0%), 삼성경제연구소(5.4%), 한국경제연구원(0.8%) 등의 전망치와 괴리가 너무 크다.

글로벌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수출진흥기관장으로서 조 사장의 단순한 희망치가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어들의 주문이 조금씩 나올 것”이라는 그의 말을 듣으면, 무조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 ‘꿈’ ‘가능성’ ‘자신감’처럼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기업은 보수·안정 경영에만 집착한다. 최근 공무원 사회에 ‘접시를 깬 사람은 용서하겠지만 접시에 먼지가 낀 사람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이 회자된다. 정책자금 등의 정책 집행 시 좀 더 과감해지자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정책자금의 70%를 상반기에 집행하겠다고 한다. 기회는 상반기밖에 없어 보인다.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어쩌려고 하느냐’는 걱정보다 ‘상반기 정부 지원 수혜를 누려보자’고 결심해야 할 때다.

김준배·경제교육부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