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증권선물거래소(KRX)의 공공기관 지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률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정호경 한양대 교수와 김성수 연세대 교수 등 법률전문가들은 ‘증권선물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에 관한 법리적 쟁점’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법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정호경 교수는 “거래소는 주식회사로서 모든 주식을 민간이 갖고 있는 순수한 사기업이므로, 공공기관법상 공공기관 지정대상이 아니다”며 “기업이 공공기관에 포함될 경우 헌법상 영업의 자유나 기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28개 증권사와 12개 선물회사 등이 주주인 거래소를 공공기관화할 경우, 주주는 임원 임면권이 박탈돼 주식의 사적 이용성이 없어지므로 명백한 재산권의 침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주주 구성은 증권회사(지분 85%), 선물회사(5%), 자사주 및 유관기관(10%). 실제 증권예탁결제원의 경우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거래소가 70% 지분을 소유하고서도 주주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 민간 주식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정부가 사실상 인사와 예산에 관여해 주식회사의 주주권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거래소의 독점적 사업이 총수입의 50%를 초과하는 독점적 사업자임을 근거로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론도 내놨다. 정 교수는 “법령상 시장개설의 독점권이 부여돼 있으나, 시장이용의 강제가 없어 장외거래가 가능하고, 경쟁시장이 존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진정한 의미의 독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위헌 여부와 관련해 세종, 태평양, 김앤장 등 주요 로펌에서도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은 일제히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김앤장은 “거래소는 사영기업으로 공공기관운영법이 정한 공공기관으로 지정받는 것은 헌법 제126조에 정한 사영기업의 경영의 통제 또는 관리에 해당돼 동 조항에 위반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KRX 관계자는 “주요 로펌 등에서도 모두 ‘문제가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행정소송 및 가처분 신청, 헌법소원 등으로 법적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22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어 거래소 공공기관 신규 지정 여부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며, 거래소 노조는 지난달 31일부터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반발해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