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산업이 반도체와 맞먹는 규모로 급신장하면서 관련 화학 재료 시장도 방대한 규모로 커졌다. 감광이나 세정 등에 쓰이는 화학 재료가 LCD 제조 공정에 필수적이어서 패널 생산량과 비례해 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업황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음에도 근래 수년간 이어졌던 국내 화학 업계의 시장 진출 노력은 점점 가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LCD 제조 공정에 필요한 감광액을 비롯, NF3·SiH4·NH3·SF6 가스 등 필수 화학 재료 시장이 7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노광 공정에 필수적인 감광액은 지난해 총 3억5000만달러로 가장 큰 시장 규모를 형성했다. 감광액의 경우 일본 등 해외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분야로, 기술 장벽이 높은 탓에 지난 한해 가격 인하율도 8% 이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LCD 챔버 세정 및 기판 식각·냉각용 가스류도 높은 부가가치를 바탕으로 적지 않은 시장 규모를 기록했다. NF3 가스는 대체 물질인 F2 가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챔버 세정용으로 널리 활용돼 지난해 1억5000만달러로 성장했다. 지난해 SiH4 가스는 1억1000만달러, NH3·SF6 가스는 각각 2000만달러와 4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LCD 제조 공정용 화학 가스류는 꾸준한 신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화학 재료는 시장 부침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데다, 세계적으로도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적어 LCD 패널 소재 가운데 이익율도 좋은 품목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소디프신소재를 비롯해 국내 화학 업계의 시장 진출 행보도 확산되고 있다.
효성은 울산 공장에 NF3 라인을 가동했고, 소디프신소재는 NF3와 SiH4 가스를 양산중이다. 디스플레이뱅크는 “그동안 한국이 LCD 패널 양산 1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화학 재료 산업의 기반은 취약한 편”이라며 “기초 소재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화학 업계의 시장 개척 노력이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